[PO]이대호 침묵? 미소짓는 양승호 감독, '무한신뢰'

[권기범기자] "이대호가 언젠가 해주지 않겠느냐."

롯데 양승호 감독은 이대호의 1차전 아쉬운 활약에 대해 묻자 망설임없이 대답했다. 팀의 간판타자이자 롯데 화력의 해결사인 이대호가 계속적으로 침묵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이대호는 이대호'라는 믿음이 양승호 감독에게는 확실히 각인돼 있다.

롯데는 지난 17일 사직구장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 선발 송승준의 6이닝 1실점 호투 속에 6회말 전준우의 선제투런포 등 화력의 집중력을 앞세워 4-1로 승리했다.

귀중한 1승이다. 1차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역전패를 당한 롯데로서는 단숨에 선수단 분위기를 회복하고 기세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승리였다. 이날마저 패했다면 사실상 한국시리즈 진출은 어렵다고 봐도 무방했다. 역전시리즈를 내다볼 수 있는 천금의 승리였던 셈이다.

그런데 롯데에 아쉬운 점은 1, 2차전 통틀어 팀 4번타자인 이대호가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호는 1차전에서 8회말 '천적' 정대현을 상대로 깔끔한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지만 그 외에는 침묵하고 있다. 1차전에서 고의4구를 하나 얻어내긴 했지만 5타수 1안타로 썩 만족스럽진 못했고, 2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걱정이 없다. 이대호는 결정적일 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확실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1,2차전에서 SK가 이대호를 극도로 경계한 탓에 '딱' 1안타 행보는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대호의 승리의욕에 양승호 감독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다. 이대호는 2차전을 앞두고 양 감독에게 "비긴 상황에서 9회말까지 가면 기습번트라도 대겠다"고 건의할 정도로 승리의욕에 불타오르고 있다. 사령탑으로서는 팀내 간판타자의 이런 열의에 고마움까지 느낄 정도였다. 게다가 홈런보다는 타점을 노리고 매번 짧게 끊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사령탑으로서는 그저 든든할 수밖에 없다.

양승호 감독은 "1차전에서 못쳤다고 하지만 이대호가 친 타구는 다 좋았다. 짧게 치려고 했는데 야수들 정면으로 간 것 뿐"이라며 "오히려 정대현에게 친 안타가 잘 안맞은 타구였다"고 설명했다. 또 SK 투수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나 같아도 이대호를 거르고 다음 홍성흔과 상대하겠다. 성흔이가 잘친다고 해도 병살타가 많다"고 상대의 이대호 집중견제가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4번타자라면 어려움 속에서도 스스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법. 양승호 감독은 "그래도 대호가 언젠가 해주지 않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2차전 승리로 1승 1패를 일궈낸 양승호 감독은 현재까지는 이대호의 부진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극심한 견제 속에서도 이대호라면 '문제없다'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양승호 감독은 이대호에게 변함 없는 무한신뢰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