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SK 와이번스 이만수 감독대행이 또 다시 '믿음의 야구' 기로(?)에 서 있다. 이번 대상자는 베테랑 타자 이호준이다.
SK는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롯데에 1-4 완패를 당했다. 타선이 롯데 선발 송승준의 구위에 완벽히 눌리며 1점밖에 뽑아내지 못한 것이 주요 패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4번타자'로 출장한 이호준의 부진이 특히 아쉽다.
이호준은 1회초 첫 타석 2사 1루 상황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이어 4회초 1사 1루에서는 3루수 앞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으며 순식간에 이닝을 종료시켰다. 7회초 무사 1루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한 것이 이날 최고의 활약. SK는 4번타자의 부진과 함께 선취점을 내지 못하고 끌려다니다 결국 패하고 말았다.
이호준은 7-6으로 승리를 거둔 1차전에서도 4번타자로 출장했지만 3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를 골라낸 뒤 대주자로 교체됐다. 타선의 중심이 돼줘야 할 4번타자의 침묵은 팀 공격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만수 감독대행 역시 19일 문학 3차전에서는 타순 작성에 앞서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 중심타자의 침묵은 이호준이 처음이 아니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3번타자로 고정 출장한 최정이 3차전까지 12타수 무안타의 부진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만수 감독대행은 "최정만한 선수가 없다. 최정은 끝까지 3번이다"라며 믿음을 보였고, 최정은 4차전서 선제 2타점 2루타를 포함 혼자 4타점을 올리며 8-0 완승을 이끌어냈다.
최정은 믿음에 부응했지만 이호준에게도 이만수 대행의 '믿음의 기용'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정과 이호준은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최정이 지키는 3루를 대체할 선수가 없다. 이 대행이 말한 "최정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은 수비에 관한 의미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이호준은 1루수나 지명타자로 출장해야 하는데 1루는 박정권이, 지명타자는 안치용이 충분히 메울 수 있다.
2차전이 끝난 뒤 이만수 감독대행은 이호준을 계속 4번으로 기용하겠냐는 질문에 "미리 이야기하면 선수에게도 안 좋다"며 "고참, 주장인데 확 빼기도 그렇다.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다. 나중에 이야기하겠다"고만 대답했다. 계속 기용하겠다는 것도, 기용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 아리송한 대답이었지만 최정의 경우 때와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이호준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에 선발 출장한 이후 한 번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차전 2타수 무안타에 이어 2차전에서는 7회말 대타로 출장한 이후 두 타석 범타에 그쳤으나 연장 11회말 귀중한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그리고 3,4차전에는 아예 결장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남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선발로 중용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믿음의 기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호준을 쓰지 않으려면 1루에 박정권을 기용하고 최동수를 지명타자로 내세우거나, 또는 안치용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임훈을 외야수로 써야 한다. 하지만 최동수와 임훈의 타격 컨디션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최동수는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솔로포를 포함해 8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임훈은 9타수 2안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최동수는 8회초 대타로 등장해 병살타를 쳤고, 임훈 역시 9회초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부진한 타자의 기용은 '양날의 검'과 같다. 밀어붙여 성공할 경우 '믿음의 기용'이라는 좋은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실패할 경우 패배와 함께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물론 판단과 선택은 이만수 감독대행의 몫이다. SK의 3차전 선발 출장 명단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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