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독이 든 성배'와 같다. LG 트윈스 감독직을 생각할 때 딱 들어맞는 말이다.
박종훈 LG 감독이 6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박종훈 감독의 의견을 존중해 사퇴를 받아들이고 후임 감독을 물색하게 됐다. 지난해 초보 감독으로서는 파격적인 5년 계약을 맺고 LG 사령탑에 오른 박종훈 감독은 부임 2년만에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LG는 올 시즌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2002년 준우승한 것이 마지막 가을야구 참가다. 그 사이 2003년부터 올 시즌까지 9년간 총 5명의 사령탑(이광환, 이순철, 양승호 감독대행, 김재박, 박종훈)이 교체됐다. 감독 1명당 재임 기간이 평균 1.4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그동안은 LG의 감독직을 맡아 롱런할 가능성이 적었다고 볼 수 있다.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 등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LG 트윈스의 감독이라는 화려함 뒤에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불안함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리 명장이라도 LG 감독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감독이 돼야 한다. LG 구단은 박종훈 감독의 자진사퇴 후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찾겠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여러 감독 후보군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과연 새로 '독이 든 성배'를 받아 들 인물은 누가 될까.
김성근 전 SK 감독, 선동열 전 삼성 감독 등이 자의와는 상관없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이미 박종훈 감독의 자진사퇴 발표가 있기 전날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등을 통해 차기 LG 감독으로 선임됐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2002년 LG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경험과 SK 감독 시절 보여줬던 지도력으로 인해 팬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 역시 유력 후보 중 하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삼성 감독직에서 물러난 선동열 감독은 사실상 야인 신분이다. 삼성의 '철옹성 마운드'를 구축한 지도력은 마운드가 약한 LG에 적임이라는 평가다.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개성이 강한 LG 선수단을 휘어잡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 두 감독 외에도 여러 후보들이 있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 선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 LG 박종훈 감독이나, 올 시즌 롯데 양승호 감독의 경우도 예상치 못했던 감독 인선이었다. 그런 일이 이번 LG 신임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LG는 6일 삼성과의 홈 경기를 끝으로 올 시즌을 마친다. 박종훈 감독이 LG 사령탑으로 보내는 마지막 경기다. 과연 시즌 종료 후 LG의 훈련을 이끌며 내년 시즌을 준비할 새 감독이 누가 될지,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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