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류중일 삼성 감독이 이제서야 아쉬웠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그러던 중 색다른 철학까지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27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 차우찬의 5.2이닝 3실점 피칭 속에 3회말 2사 후 대거 5점을 몰아낸 집중력을 앞세워 5-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 결과 76승 고지를 밟으면서 2011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었다.
1989년 단일리그 시행 후 2005년 선동열 감독이 사령탑 첫 해 삼성을 정규시즌 1위에 올려놓은 후 류중일 감독은 두번째로 부임 첫 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끈 명장의 대열에 올랐다. 초보감독의 거침없는 질주 앞에 나머지 7개구단은 모조리 나가떨어졌다.
우승을 일궈낸 만큼 이런저런 질문이 쏟아지기 마련. 그 중에 "위기였던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류 감독은 "장원삼 권혁 등이 없었던 시즌 초반을 잘 넘긴 것이 다행이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특히 류중일 감독은 '독수리군단' 한화의 애기를 꺼내면서 손사래를 쳤다. 실제로 삼성은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유일하게 한화에게만 9승 10패로 열세를 보였다. 시즌 초 상승세를 타려고만 하면 한화를 만나 의외의 일격을 당했고, 그 때마다 류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한숨만 내쉬었다.
류 감독은 "4월에 스케줄이 안좋았다. 강팀들하고만 붙었다. 그런데 4월말에 한화를 만나 1승 2패를 하면서 치고올라서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강팀을 만나서는 3연전을 치르면 3연승 혹은 2승 1패를 했다"고 한화전 약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특히 류 감독은 당시 한화 선수들이 삼성을 만만하다고 언급한 사실을 전해들으면서 곧바로 선수단을 소집해 정신교육까지 시켰다. 류 감독은 "사자가 왜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여러 대답이 돌아왔지만 류 감독이 원하는 것은 없었다.
류 감독은 "한 마디로 사자가 토끼를 못잡으면 창피하지 않느냐, 약체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잡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이 약한 팀은 반드시 잡아내는 것이 우승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팀 전력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배어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언이다.
류 감독은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야구는 꼴찌팀도 1위를 잡아낼 수 있는 운동이다. 야구에서 긴 연승이 없는 이유"라며 "하지만 (우승을 위해서는) 잡을 경기는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피하니까." 이 말 속에는 삼성의 전력에 대한 신뢰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경상도 사나이다운 류 감독의 팀운영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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