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올 시즌 두산은 몰락했다고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무너졌다. 개막 때만 해도 우승후보 0순위로 거론됐지만,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그래도 수확이 없을 수는 없는 법. 강력한 선발 원투펀치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것은 올 시즌 두산의 유일한 소득이다.
올해 김선우와 니퍼트는 1, 2선발 역할을 수행하면서 리그 최상위급 투수로 도약했다. 김선우는 15승 7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하면서 토종에이스로 입지를 완벽히 굳혔고, 올 시즌 합류한 니퍼트는 13승 6패 평균자책점 2.71로 리그 최고의 용병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김선우는 다승 2위, 니퍼트는 평균자책점 2위로 두 부문 모두 선두를 달리는 윤석민(KIA, 17승 평균자책점 2.45)을 추격하면서 가능성이 적긴 하지만 타이틀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김선우는 2008년 두산 입단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09 시즌부터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했고, 올해는 15승 고지까지 밟았다. 힘으로 꽂아넣는 파워피칭을 버리고 완급조절투를 완전히 몸에 익혀 뒤늦게 만개하고 있는 것이다.
니퍼트 역시 최고의 용병으로 모자람이 없다. 2m가 넘는 큰 키에서 뿌리는 공은 타자들에게 더욱 위력적이었고, 그는 안정감으로 무장한 채 두산 마운드의 큰 힘이 됐다. 차분하고 성실한 태도와 모나지 않은 성격에는 구단 프런트조차 "저런 용병을 어디서 구하겠느냐"고 박수를 보낼 정도다.
아쉬운 대목은 추락한 팀 성적으로 인해 이들의 활약이 빛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산은 시즌 초 라몬 라미레즈의 이른 퇴출로 불안감을 안기더니 고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로 인한 임태훈의 이탈로 팀 전체가 흔들렸다. 이후 영입한 페르난도도 딱히 만족스럽지 못했고, 임재철과 손시헌의 부상공백도 있었다. 또 고창성의 부진과 계투진의 연이은 부상이탈로 두산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타선에서도 김현수(2할9푼6리), 김동주(2할8푼6리), 최준석(2할7푼) 등 중심타자들이 힘을 내지 못해 파괴력이 급감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김경문 전 감독의 자진사퇴라는 폭풍까지 겹치면서 두산은 침몰했다.
현재 두산은 124경기를 치러 56승 66패 2무를 기록하며 6위에 올라 있다. 5위 LG 및 7위 한화와 아래위로 승차 한게임차로 5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따져보면 큰 의미가 없다. 우승을 노리던 팀이었음을 생각하면 속만 쓰릴 지경이다.
그 가운데 김선우와 니퍼트의 활약에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정도다. 니퍼트는 두산 프런트가 재계약 문제를 걱정할 정도로 마운드에서 빛났다. 2011 시즌 두산팬의 기억에 남는 이는 선발 원투펀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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