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김선우(두산)의 어깨가 무겁다. 김경문 감독은 최근 해마다 고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투수진에서는 김선우가 해줘야 한다"고 언급한다. 올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김 감독은 김선우에게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믿음투'를 주문했다.
김선우는 흔히 두산의 '토종에이스'로 불린다. 그런데 이 말 자체가 김경문 감독이나 팬들에게는 속이 쓰리다. 용병을 포함한 투수진 전체의 '에이스'가 아니라 국내 선수들 중의 '에이스'로 평가받는다는 말인 셈이다. 두산에서는 용병은 다른 카테고리 안에서 평가받았고, 실제로 지난 시즌 켈빈 히메네스는 '용병에이스'로 불렸다.
김선우로서는 이 부분을 뛰어넘어야 한다. 두산은 미국에서 돌아온 그의 입단 후에도 매년 '에이스급' 용병를 영입하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김선우를 도와 선발 원투펀치를 담당할 용병이 아니라 구단측에서는 15승 이상을 거둬줄 수 있는 실질적인 '에이스'를 원해왔던 것이다.
SK의 김광현, 한화의 류현진처럼 용병을 떠나 팀의 대표 에이스로 평가받기에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선우는 2011년 이를 극복해 대한민국 최고의 우완이자 두산의 대표투수로 우뚝 서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해를 거듭할수록 그려가는 성적의 상승곡선은 만족할 만하다. 2008시즌 국내복귀 후 6승 7패(평균자책점 4.25)로 부진했던 김선우는 2009시즌에는 11승 10패(평균자책점 5.11)로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넘어섰다. 그리고 2010시즌에는 13승 6패(평균자책점 4.02)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김선우는 2011년 15승 이상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노리고 있다.
물론 성적 외에도 베테랑 김선우는 투수조를 이끄는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입단 후 2년 동안 김선우는 동료 및 후배들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들어 김선우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면서 투수조를 이끄는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시즌 후반 무릎과 팔꿈치 통증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등판한 것은 그가 '맏형'의 책임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김선우는 시즌 중 이러한 대목을 언급하면서 책임감을 역설한 바 있다.
올해 두산은 지난 시즌까지 현역 메이저리그로 공을 뿌린 더스틴 니퍼트를 영입했다. 구단 프런트와 팬들은 니퍼트의 영입 성공 소식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그가 일본 라쿠텐으로 떠난 히메네스의 공백을 완벽히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물론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두산의 대표 에이스로 자리잡기 위해서 김선우는 니퍼트 이상으로 활약을 펼쳐줘야 한다. 토종선수로서 두산 선발진의 중심으로 굳건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팀내 최고의 성적이 필요하다.
2011년 김선우는 두산의 진정한 에이스로 인정받기 위해 더욱 힘차게 공을 뿌려야 한다. 두산 마운드의 자존심은 용병이 아닌 김선우가 세워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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