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팀에서 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8분의 1, 아니 9분의 1의 확률이잖아요."
16일 목동구장. 넥센은 두산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2012년 입단 예정인 신인선수들을 초청해 조촐한 환영식을 마련했고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과의 상견례도 가졌다.
그런데 이 행사의 주인공들인 넥센 예비신인들 못지않게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린 이가 있다. 바로 넥센 신인투수 윤지웅(23. 좌완)이다. 꼭 1년 전 자신이 섰던 그 자리에 절친한 친구이자 후배 지재옥(23.포수)이 참석하기 때문이었다.
지재옥은 2012 신인지명회의에서 전체 43번으로 넥센에 5라운드 지명된 동의대 출신의 포수. 그는 윤지웅의 1년 후배로 대학무대에서 무려 4번이나 우승한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제가 1학년 말부터 주전으로 뛰었는데 그 때부터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투수가 (윤)지웅이 형이에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죠."
지재옥은 순천효천고 시절 유급을 해 사실 윤지웅과 나이는 같다. 하지만 입학 이후 윤지웅을 깍듯이 '형'이라고 호칭하며 선배 대접을 해왔다. 이에 대해 윤지웅은 "나 같으면 은근슬쩍 반말도 하고 호칭도 무시할 것 같은데 한결같았다"면서 지재옥의 반듯함을 칭찬했다.
졸업을 앞두고 있던 작년 윤지웅은 본인의 지명 순번이나 진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1년을 더 대학에서 보내야 했던 후배 지재옥의 앞날에 더 많은 걱정과 관심을 보일 정도로 이들의 우정은 각별했다. 그의 진심이 하늘에 닿았던지 올 시즌 동의대 주장을 맡은 지재옥은 춘계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았고, 당당히 프로 지명을 받았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윤지웅의 뒤를 따라 넥센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지명되자마자 형이 전화해 축하해줬어요. 같은 팀이라는 게 처음엔 믿겨지지 않았어요. 지명을 받았다는 것 자체도 기뻤지만 무엇보다 형과 함께 한다는 것이 마음 편했어요. 먼저 생활해 봤으니까 잘 이끌어주겠죠. 그 부분에 있어선 걱정없어요(웃음)."
지재옥은 자기만큼 '투수 윤지웅'에 대해 아는 이는 없을 것이라며 큰소리를 쳤다. 윤지웅도 그 부분에 대해선 100%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 초 투구폼을 바꾸면서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을 때 부산으로 재옥이 만나러 달려가기도 여러 번이었어요. 몇 시간이고 지겹도록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늘 성심성의껏 내 일처럼 함께 해줬죠. 또 제게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많이 기뻐해준 친구이기도 하고…(웃음)"
전체 3번으로 넥센에 지명돼 큰 기대를 받았던 윤지웅은 시즌 초반엔 1, 2군을 오락가락하며 제자리를 찾지 못했으나 7월 이후부터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거의 매 경기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대학 시절 위력적인 피칭의 70% 정도에도 못미치는 불안함을 안고 그는 시즌 내내 부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태. 하지만 최근엔 되려 피안타율과 방어율이 높아지며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재옥을 같은 팀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더없이 좋은 안식처이자 위로가 된 듯했다.
"오늘 경기 후 식사라도 하면서 제 볼에 대해 같이 개선점을 찾아볼 생각이에요. 제 장단점을 가장 많이 알고 있고 내 마인드도 꿰뚫고 있으니까 분명 제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허탈한 미소까지 보이며 'SOS'를 요청하는 윤지웅을 향해 지재옥은 열심히 해보자며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웅이 형이랑 배터리를 이룰 수 있도록 앞으로 제가 더 열심히 해야죠. 제가 2군에 있으면 완전 허사잖아요.(웃음)" 지재옥은 형을 위해서라도 팀 내 쟁쟁한 포수들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것 같다며 배시시 웃었다.
전생에 부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찰떡궁합과 우정을 과시했던 이들의 재회. 단순히 같은 팀에서 다시 같이 뛰게 된 것으로 끝나지 않고 넥센의 대표적인 배터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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