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기자] 김태균(29)이 일본생활을 마감했다. 허리 부상이 좀처럼 낫지 않았고, 지난 2월 일본 대지진을 겪으며 정신적 충격도 컸다. 지난달 20일 치료차 한국으로 귀국한 뒤 김태균은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김태균은 27일 공식적으로 지바 롯데와의 결별을 발표했다. 허리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회복이 어렵고, 심리적인 영향으로 인해 내년 시즌 제 역할을 해내기 힘들다고 판단해, 구단 측에 계약해지를 요청했다. 지바 롯데는 처음에는 김태균의 결정을 만류했지만, '간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로써 김태균은 지난 2009년 11월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바 롯데 입단 계약을 발표한 후 정확히 621일만에 일본무대 도전을 마감하고 돌아왔다. 올 시즌 후 국내 복귀를 타진할 경우, FA 자격으로 국내 어느 팀과도 협상할 수 있다.
김태균의 길지 않았던 일본 생활에는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한국의 거포에게 지바 롯데는 군침을 흘렸고, 마침 2009 시즌을 마친 후 FA 자격을 갖추게 된 김태균은 한화의 제의를 뿌리치고 망설임없이 더 큰 꿈을 좇아 일본으로 건너갔다.
2004년 이승엽 이후 최고의 한국타자가 일본리그에 진출한 만큼 한국과 일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김태균에게 쏟아졌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김태균은 재미있는 이미지와 호쾌한 타격으로 사랑을 받았다. 지바 롯데는 '김태균 버거'까지 출시했다.
하지만 4번타자로 영입한 외국인선수인 만큼 결국 그에 대한 평가는 성적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일본 진출 첫 해였던 2010시즌 초반, 김태균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3월20일 개막전인 세이부전에서 4번 1루수로 선발출장해 4연타석 삼진, 그리고 이튿날 두 타석에서 삼진을 당해 개막 후 6연타석 삼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김태균은 3월 한 달 적응에 힘겨워하며 부진했다. 첫 안타도 3경기째인 3월22일 세이부전에서 11타석만에 신고했다. 하지만 4월부터 6월초까지 김태균은 부지런히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서서히 이름값을 해냈다. 다만 후반기 체력 저하로 다시 부진의 늪에 빠져 김태균은 일본진출 첫 해를 21홈런 92타점 타율 2할6푼8리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아쉽기도 했지만 첫 해 적응기를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단 측도 만족할 만한 성적이었다. 특히나 지바 롯데는 일본시리즈에 진출해 우승까지 차지했고, 이 때 김태균이 3할 타율로 팀 우승에 큰 힘을 보탰으니 박수를 받을 만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처음부터 삐걱댔다. 김태균은 초반부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개막 직전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전체 일정이 연기됐고, 전력부족으로 낮경기가 치러졌다. 예민한 김태균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고스란히 부진한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4월12일 라쿠텐과의 개막전 후 6경기서 23타수 2안타로 고개를 떨궜고, 타율은 1할이 채 되지 않았다. 이에 김태균은 4번에서 8번으로까지 강등되는 아픔도 겪었다. 김태균은 "태어나서 8번 타순에는 처음 서 본다. 내 실력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존심이 상한 김태균은 이후 기세를 올렸고 4월30일 소프트뱅크전 후에는 타율을 3할4리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사구와 다이빙캐치로 인한 손등부상을 입은 김태균은 5월19일 일본진출 후 처음으로 2군행까지 통보받았다.
이렇듯 극과극을 달린 김태균은 부상 복귀해 6월초 뒤늦게나마 시즌 1호 홈런까지 쏘아올리면서 다시 살아나는 듯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인한 페이스 저하로 진땀을 흘린 끝에 6월19일 다시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그리고 20일 허리부상 치료차 한국으로 돌아왔고, 이것이 아예 완전 귀국길이 됐다. 2011 시즌 성적은 31경기 출전, 104타수 26안타 1홈런 14타점, 타율 2할5푼.
되돌아보면 김태균은 올 시즌 부진과 부상에 허덕여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허리 부상 등으로 몸상태가 나빠져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자 김태균은 큰 결단을 내렸다.
결과적으로 불완전연소로 일본생활을 마감하게 된 김태균. 그래도 그는 일본 생활 621일 가운데 대부분을 지바 롯데의 4번타자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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