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1985년 럭키금성에 입단해 LG치타스를 거쳐 1997년 안양LG까지, 오직 현 FC서울의 전신이었던 팀에서만 220경기에 출전하며 11골 28도움을 기록한 서울의 '레전드'가 있다.
여기서 서울과의 인연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의 코치를 지냈고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다시 한 번 서울의 코치를 맡으며 지금의 서울이 있기까지 큰 공헌을 했다. 이렇게 서울과 깊은 인연이 있는 이가 또 있을까. 그래서 그는 서울의 '레전드'라 불린다.
바로 이영진 대구FC 감독이다. 선수생활을 시작하고 코치까지 무려 23년이라는 긴 세월을 서울과 함께 했다. 서울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애정이 깊으며 서울을 떠났어도 여전히 서울의 발전과 영광을 바라는 이영진 감독이다.
지난 시즌 대구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며 서울 품을 떠난 이영진 감독. 그래서 이영진 감독이 이끄는 대구와 FC서울의 만남은 큰 이슈가 돼왔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서울보다 열세인 대구이지만 이영진 감독이 이끌기에 양 팀이 만나면 승부를 쉽게 예상하기 힘들었다. 서울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이영진 감독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이영진의 대구는 단 한 번도 서울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사령탑 부임 첫 해이기에 이영진 감독에게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래도 3번의 대결에서 두 번은 선전했다. 첫 대결에서 2-3으로 졌고 두 번째 대결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세 번째 대결에서 0-4로 대패하며 자존심을 구기기는 했지만 '챔피언' 서울과 상대해 선전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2011시즌 서울과의 첫 대결. 2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1라운드에서 이영진의 대구는 서울에 2-0 완승을 거뒀다. 최근 정규리그 3연승을 달리며 분위기가 정점으로 다가가고 있던 서울이 대구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경기 후 만난 이영진 감독은 승리의 원인을 공격적인 포메이션 때문이라 밝혔다. 전력에서 밀리는 팀이 서울을 상대하면 수비전술로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영진 감독은 투톱을 내세우는 등 공격적으로 맞대응했다. 공격적인 대구에 서울은 당황했고, 대구는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영진 감독의 역발상이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또 날카로운 세트피스 역시 대구의 승리를 도왔다.
물론 가장 큰 승리 요인. 서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이영진 감독의 힘이었다. 서울의 '레전드' 이영진 감독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서울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그것이 적중한 것이다.
이영진 감독은 "서울을 이기니 기분이 남다르다. 나와는 인연이 깊은 팀이다. 23년 동안 서울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서울의 최고 레전드라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들었다. 그래서 내가 서울에 대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많다. 박용호 같은 친구들은 고3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서울의 약점을 공략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나와 함께 했던 서울 선수들의 장, 단점을 알고 있다. 아디와 박용호 같은 경우에는 맨투맨이 강하고 제공권이 좋지만 스피드가 느리고, 고명진의 경우는 테크닉이 좋지만 기동력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들을 선수들에게 강조했고 우리가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레전드가 서울을 무너뜨렸다. 서울에 대한 애정이 너무나 깊기에 이영진 감독은 승리하고도 환하게 웃지 못했다. 미안함을 전했고 서울의 발전을 바랐다.
이영진 감독은 "오늘 우리에게 패했지만 서울이 수요일에 가시마와의 ACL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올해는 ACL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내가 귀네슈 감독과 있을 때 하고 싶었던 것인데 하지 못했다. 서울이 ACL에서 우승하고 진정한 명문 구단으로 갔으면 한다. 멀리서라도 응원하겠다"며 서울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전했다.
한편 서울의 최용수 감독대행은 "1994년부터 이영진 감독님과 16년 동안 선수와 코치로 함께 생활했다. 내가 잘못한 부분은 그냥 넘어가지 않으시며 나를 이끌어주셨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다"라며 서울의 레전드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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