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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의 2012 드래프트]대졸예정 좌완투수(1) 나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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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완 투수◀

지옥에 가서라도 데리고 온다는 왼손투수는 올 시즌 대학뿐만 아니라 고교에서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대어급으로 분류되는 몇몇을 제외하고 보면 선택의 폭이 좁은 만큼 프로 각 구단의 스카우트들은 좌완투수에 대해 '우선 뽑고 보자'는 식의 지명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분위기다.

제 9구단 창단으로 우선지명권 2장을 갖게 된 신생팀 엔씨소프트는 분명 '귀한' 좌완을 한 명 이상은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구단의 양보와 협조만을 기대했던 신생팀의 선수 수급은 결국 신인을 주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흔치 않은 자원인 좌완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나성범 (광주진흥고-연세대. 183cm 95kg)

"이왕에 야구를 하려면 새롭게 시작하는 팀에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창단 원년 멤버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일찌감치 2012년 신인 최대어로 분류되고 있던 나성범은 엔씨소프트의 우선지명권 한 장을 노리고 있다. 광주진흥고 시절 무릎 부상으로 자주 마운드에 올라서지 않았지만 그의 투수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LG는 2008년 신인지명회 때 2차 4라운드(전체32번)로 지명을 했다.

그런데 나성범은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이후 148km에 이르는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지며 한때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영입을 추진하는 대학무대 최고의 좌완으로 통했다. 해외진출이 무산된 이후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무대로 방향을 전환, 2012 드래프트 전체 1번의 자리에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나성범이 전체 1라운드 영광은 물론이고 8개 구단 어느 팀에서도 1번으로 지명받을 수 없는 상태다. 이는 한국야구위원회가 '과거 2차 지명된 선수는 이후 1차 지명이 될 수 없다'라는 규정을 만들어뒀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전면드래프트 실시 이전(1차 우선지명이 있을 때)에 만들어진 것으로 연고권 선수를 우선 지명할 수 있는 상황에서 특정 구단의 선수독점을 막기 위한 제도였다. 한 지역에 여러 유망주가 있을 경우 연고권을 가진 구단이 한 명을 우선지명하고, 타 구단에 2차 지명된 선수에게 대학 진학을 유도한 후 4년 뒤 해당 선수를 다시 1차 지명하려는 구단의 편법을 막기 위해 정한 것이다. 이제 전면드래프트로 제도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규정을 개정하지 않았고, 그 피해 사례자로 나성범이 첫 주자가 될 수 있게 된 셈이다.

"(4년 전) 이미 대학을 가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LG가 지명을 한 겁니다. 이제 지역연고제도 아닌데 규정을 바꿔줘야 하는 게 아닌가요?"

나성범은 억울함을 하소연했지만 현재 KBO 이사회가 한 선수 개인의 불만이나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규정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없는 상태다. 결국 올해 드래프트에서 나성범은 2라운드부터 지명 가능하고 실력에 상관없이 순번상으로 불공정한 대우를 받는 건 물론이고 계약금에서의 손해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가운데 신생팀 창단이 변수로 떠올랐다. 기존구단의 1라운드 지명은 불가지만 신생팀의 우선지명 대상자에는 포함이 된다는 결론이 지난 8일 KBO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시즌도 개막하기 전이라 어떤 선수가 엔씨소프트의 우선적인 부름을 받고 최고 대우의 기쁨을 누릴 것인지 안개 속이다. 그래도 분명한 건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자격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는 나성범이다.

나성용(한화, 포수)의 친동생인 나성범은 오랫동안 형제간 배터리를 이루며 호흡을 맞춰왔지만 형이 프로에 진출하면서 올해는 처음으로 홀로 마운드에 서야 한다. 가끔 형이 지명타자로 나서기도 했기 때문에 아주 낯선 것은 아니어서 큰 문제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계속 함께 있을 땐 잘 몰랐는데 떨어져 있으니까 서로를 더 챙겨주고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같은 팀에서 뛰기는 어려울 것 같죠? 신생팀으로 가면 좋죠. 그만큼 좋은 성적을 올해는 기필코 보여 드릴 겁니다."

2008년 연세대에 진학한 첫 해 74이닝을 던지며 3승1패 평균자책점 1.70을 기록했던 나성범은 2학년 때엔 7승2패에 2.9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입학 당시만 해도 직구 구속이 130㎞대 중후반에 불과했지만 웨이트트레이닝과 체력강화에 힘쓰며 구속을 10㎞ 이상 끌어올리며 아마야구 최고의 '좌완 파이어볼러'로 우뚝 섰다.

대학 2학년에 이미 대학선발로 국제대회에 출전했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1차 예비엔트리 60명 안에 김명성(중앙대, 현 롯데)과 함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작년엔 10경기에 등판, 29.1이닝(평균자책점 2.45)만 소화, 승수를 챙기지 못하고 3패만을 기록하는 등 다소 주춤했다.

준수한 외모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잘 다져진 단단한 체격은 겉보기엔 왠지 성실함보다는 화려한 연예인을 떠올릴 정도지만 실제로는 모범적인 선수의 전형으로 통한다. 철저한 자기관리는 대표팀에서 잠시 한솥밥을 먹었던 동기들과 선배들도 혀를 내휘두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

올 시즌 나성범에겐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특명이 주어졌다. 팀내 몇몇 주축 선수가 운동을 그만두었고 또 부상으로 전력 누수가 발생하면서 1학년들이 선발 출장할 만큼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팀 에이스로서 어깨가 무거워진 것이다. 또 그는 방망이도 수준급으로 팀 내 가장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타자로서도 한 몫 이상을 해내야 하는 처지라 책임감에 몸도 마음도 두 배로 무겁다.

"아직 뭔가 결정된 건 없지만 자신 있어요. 저의 장점을 보여주고 어필해야겠죠.(웃음)"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신생팀의 우선지명권 두 장의 향방은 나성범의 올 시즌 활약 여하에 따라 윤곽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희정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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