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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독배가 된 '벌떼야구' 두산, 이를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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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인터뷰룸을 찾았다. "투수들이 일찍부터 많이 연투한 것이 역전패하는 계기가 됐다. 다 잊고 2차전을 준비하겠다"고 짧게 패장의 변을 전하고 얼른 자리를 떴다.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속에서도 천불이 난 탓이다.

7일 대구서 열린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은 모든 것을 쏟아붓고도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총력전으로 단기전의 묘미를 보여주며 막판까지 리드를 이끌었던 사령탑으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특히 투수진의 소비는 이번 플레이오프 남은 경기에 그늘을 드리우는 막심한 후유증까지 불러올 수 있을 정도다.

1차전서 김경문 감독은 경기 중반부터 과감한 용병술을 선보이며 삼성을 압박했다. 2-2로 팽팽하던 5회초 안타로 출루한 용덕한과 최준석 대신에 각각 대주자로 고영민과 민병헌을 투입하며 추가득점을 위한 승부수를 일찍 띄웠다. 경기 중반이지만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 망설임없이 선발 '포수'와 '4번타자'를 빼버리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김 감독은 투수 운영 면에서는 '벌떼야구'까지 선보였다. 그야말로 보유 투수자원을 모조리 투입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홍상삼은 경기 시작부터 제구난조로 진땀을 흘렸고 3회말 먼저 2실점하면서 불안감을 자아냈다. 다행히 두산은 4회초 김동주의 좌월 투런포로 2-2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홍상삼은 돌아온 4회말 선두타자 진갑용을 볼넷으로 내주면서 다시 흔들렸다.

여기서 김경문 감독은 홍상삼이 다음타자 신명철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자마자 좌타자 이영욱 타석 때 곧바로 좌완 이현승을 투입했다. 홍상삼의 최종성적은 3.1이닝(59구)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

다소 불안하다고 하더라도 불펜에 가해질 부담감을 고려하면 분명 더 지켜볼 수도 있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1차전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욕으로 투수총력전을 선언한 셈이다.

이후에도 김경문 감독은 5-2로 앞선 5회말 이현승이 선두타자 조동찬에게 안타를 맞자마자 임태훈으로 바꿨고, 6회말 2사 1루서는 좌타자 이영욱 타석 때 다시 좌완 왈론드를 올려 진화를 시키는 등 적시에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아갔다. 7회말 조동찬 타석 때는 고창성을 집어넣었고, 8회말 고창성이 진갑용의 타구에 맞고 내야안타를 내주자 곧바로 마무리 정재훈을 올렸다.

김경문 감독은 '내일이 없는' 투수운용으로 1차전 삼성을 맞이했다고 봐야 한다. 만에 하나 이날 경기 후유증으로 시리즈를 내준다면 사령탑으로서는 정재훈이 8회말 2사 후 박한이에게 역전 스리런포를 허용한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 될 수도 있다.

김경문 감독은 8일 2차전에 히메네스를 선발로 예고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힘겹게 버텨온 필승계투조를 1차전서 모두 투입한 탓에 박빙의 승부가 벌어지더라도 '불펜싸움'에 기대를 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선발 히메네스의 호투와 화력의 폭발만이 두산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요소다.

조이뉴스24 대구=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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