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청소년월드컵 8강 돌풍을 이끌었던 '3인방'의 남아공행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본선 23명 최종 명단에 1989년생 동갑내기인 이승렬(FC서울)과 김보경(오이타 트리니타)이 승선했지만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은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허정무 감독은 '경기력'이라는 기준에서 이승렬을 선발했다. 이승렬은 지난해 청소년월드컵에서 개인기는 출중했지만 조직력에 맞지 않는다는 홍명보 감독의 철학으로 큰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허 감독은 이승렬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고 1월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에 합류시켜 잠비아-핀란드와의 평가전에 출전시키며 경험을 쌓게 했다.
2월 동아시아축구연맹 선수권대회는 이승렬의 존재감을 드높인 대회였다. 7일 홍콩과의 경기에서 대표팀 데뷔골을 터뜨린 그는 14일 일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시원한 중거리슛으로 또 골을 넣으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는 염기훈의 헤딩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으며 상승세에 더욱 불을 지폈다. 마땅한 공격 자원이 없어 고민을 거듭하던 허 감독의 머리를 시원하게 만든 골이었다.
결국, 이승렬은 23명의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허 감독은 발표를 통해 "이근호와 비교를 해봤지만 본선 3경기를 앞두고 상승세에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참고했다"라며 결과적으로 이근호에 비해 최근 높은 경기력을 선보여 선발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보경은 왼쪽 측면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백업 요원이지만 중앙 미드필더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전천후 자원이다. 대표팀에서는 드문 왼발잡이로 효용 가치가 높은 편이다.
특히 일본과의 두 차례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허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이 높게 평가됐다.
반면, 구자철은 포지션 경쟁에서 아쉽게 밀렸다. 예비선수 자격으로라도 남아공월드컵을 경험할 기회마저 없어졌다. 동기들 두 명이 뛰는 장면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만큼 속 쓰린 일은 없기 때문이다.
'21살의 반란' 기회를 얻은 이승렬과 김보경은 앞으로 팀 내 선배들을 뛰어 넘어야 할 무기를 갖추는 한편 패기 넘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같은 나이 때 홍명보는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세 경기를 소화하며 수비진을 진두지휘했고, 당시 스물두 살의 황선홍도 두 경기에 나서 공격수로 전방을 휘저었다.
기회를 엿보는 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며, 젊기에 앞으로의 가능성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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