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SK와 두산의 시범경기에는 6천여명의 야구팬이 직접 운동장을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정규시즌 못지않은 관중수를 보여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을 기쁘게 했는데 특히 프로무대에 뛰어들어 이처럼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치른 새내기들의 감회는 남달랐을 것같다.
개막을 앞두고 동계훈련기간 동안 키워온 기량을 마지막으로 테스트하는 자리인 만큼 시범경기는 신인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이날 양 팀에서는 각각 1명의 신인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코칭스태프로부터 받았다.
이날 경기는 초반 득점에 성공한 후 SK 타선을 봉쇄한 두산의 5-0 팀 완봉승으로 끝났다. 두산 신인투수 이재학(19)은 마지막 이닝에 등판해 깔끔히 3타자를 막아내고 팀 승리를 지켰다.
이재학은 두산 신인 중 장신 좌완 장민익과 함께 1군 전지훈련에 참가해 동계훈련을 마쳤다. 이재학은 이날 SK와 시볌경기에서 4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한 선발 히메네스와 1이닝씩 고르게 던진 고창성-정재훈-성영훈-박정배에 이어 팀의 6번째 투수로 나섰다.
이재학은 SK 선두타자 2번 조동화를 투수땅볼, 3번 대타 윤상균을 유격수 땅볼, 4번 임훈을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게임을 마무리지었다.
문학구장에서 처음 야구를 해봤다는 이재학은 '나가겠나 싶었었다'며 살짝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생각보다 문학구장이 큰 편은 아니던걸요. TV로 볼 땐 커 보였는데 말이죠. 이제야 프로에 왔다는 것이 실감났어요. 관중이 제 이름을 부르며 파이팅을 외치는 야구장 마운드에 서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었어요. 쫄지 말고 즐기면서 하자고 다짐하고 올라갔죠."
고교시절 큰 경기에 나설 때도 관중은 존재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학부모들 혹은 모교 동문과 선후배들이 주를 이뤘을 뿐 일반 팬들로부터 응원을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확연히 그 느낌은 달랐다고 했다.
"일본 전지훈련 때 3번 연습경기에 나서 매번 실점을 했어요. 조금 주눅도 들어있었고 자신감도 떨어졌었는데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 같아요."
이재학은 "스스로 내 볼이 최고라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투수에겐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다행히 첫 등판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게임마치고 (최)승환 선배님이 '무브먼트가 심하던데'라며 칭찬하셨어요. 전 포수 사인대로 던졌을 뿐이거든요. 앞으로도 자신있게, 신인답게, 패기있고 씩씩하게 경기에 나설래요."
성남고-홍익대를 거친 SK 내야수 최윤석(23)도 이날 9회 그라운드를 밟고 비록 정규리그 본 경기는 아니지만 시범경기 기록지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최윤석은 전체 40번, SK의 5번으로 지명을 받고 프로무대에 입문했다. 최윤석은 "대학시절 특별히 내세울 성적이 없어 지명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걱정도 컸지만 운좋게 지명을 받았다"며 겸손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비록 높은 순번으로 입단한 것은 아니지만 타구에 대한 재빠른 감각과 성실성 거기에 몸 사리지 않는 근성을 보여 일찌감치 1군 선수단과 일정을 같이했고 이날 9회 초 나주환 유격수를 대신해 대수비요원으로 나섰다.
"저는 체격도 큰 편이 아니고 방망이보다는 수비로 승부를 걸어야 하거든요. 모두 잘하는 선수들만 모인 탓인지 대학 때보다 선수들의 실력차이가 거의 없는 거 같아요. 그저 시키는대로 따라했을 뿐인데 좋게 봐 주시는 거 같아요."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주전 유격수 나주환을 위협할 정도라는 평가를 얻기도 한 최윤석은 지난 달 니혼햄과의 연습경기에서 에이스 다르빗슈를 상대로 적시타를 터트리는 깜짝 활약으로 코칭스태프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후 꾸준히 경기에 나섰다.
"오늘 경기서 6회가 지난 뒤에도 불러주지 않아 못나가나 싶었는데 다행히 1이닝 뛰었어요. 타석에도 한번 섰어야 했는데(웃음),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게 타구가 오지 않았어요. 아마 내일도 게임 중간에 다시 불러 주시지 않을까요?"
최윤석 역시 문학구장에서 게임은 처음이었다. 홈구장에 모인 관중을 바라보면서 '예상외로 많이 입장해 놀랐다'며 '팀 패배로 관중들이 실망이 컸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현재 자신의 입장이 다급한 지라 다음날 두산과의 2번째 경기에서도 출전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들 새내기들에겐 시범경기 첫 게임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자 기쁨이다. 지금의 감격과 환희가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개막전에서도 이들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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