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장점은 끊임없는 대체선수의 등장이다. 이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화수분 야구'라고도 한다.
부상 및 기타 악재로 인한 전력 공백을 새로운 선수가 혜성처럼 등장해 메워주면서 실제로 두산은 최근 수 년간 강팀으로 군림했다. 물론 김경문 감독은 "화수분 야구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험치가 부족해 화수분 야구는 결정적일 때 무너진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전력의 기복이 심한 타팀 감독의 눈에는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작 두산 선수들은 죽을 맛이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선수들의 매서운 눈길이 훈련 중에도 느껴진다고 한다. 고참급 붙박이 주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1군 선수들은 시즌 전 목표를 물으면 하나같이 '주전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불펜의 핵으로 자리잡은 고창성도 그랬다. 고창성은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 "성적이 문제가 아니다. 2009시즌 맡았던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게 우선"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박정배 등 기존 선수들을 비롯해 신인 장민익, 이재학에 2군 선수들까지 호시탐탐 1군 진입을 노리고 있어 고창성으로서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가대표 외야수 출신 이종욱 역시 마찬가지다. 정수빈 등이 2009시즌 부상으로 허덕인 자신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워주는 것을 보면서 내심 깜짝 놀랐다. 치고 올라오는 어린 후배를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내야진은 전원 '초긴장'이다. 이적 성공사례가 된 이원석은 "3할이고 뭐고 주전 자리를 꿰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지난 시즌 기대에 못미친 고영민은 시즌 내내 얼굴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붙박이' 유격수 손시헌이 시즌 후반 전경기 출장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무조건 출장을 해야 안심이 된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내·외야에 투수진까지, 주전 선수들은 자리를 지키고, 백업선수들은 이를 빼앗기 위해 1년 내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팀이 바로 두산이다.
때문에 선수들은 한숨을 내쉴 때도 많다. 끊임없는 경쟁이 너무 피곤하다는 것이다. 모 선수는 "개인훈련 기간에도 쉴 수가 없다. 다른 선수가 어디서 운동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들으면, 불안해서 나도 뭐라도 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로서는 기분좋은 광경이다. 2009시즌 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조계현 투수코치는 투수진을 예로 들며 곧바로 느꼈던 두산의 강점을 인정했다.
조 코치는 "삼성은 어느 포지션이든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크다. 하지만 두산은 그 차이가 작다. 선수층이 두텁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조 코치는 자신의 역할을 "백업 선수들을 조금 더 발전시켜 주전급까지 올려놓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두산 선수들의 기본 목표는 '전장에 뛰어들 자격을 갖추는 것'이다. 그 자격을 갖추기 위해 그들은 내부적으로 또 한 번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한다. 선수들은 그래서 더욱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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