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라이언킹' 이동국(31, 전북 현대)에게 허정무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구사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적응 훈련 기간 치른 세 차례 경기 중 이동국은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베이 유나이티드전에서 두 골을 넣었다. 특히 이 경기는 월드컵 본선 첫 경기를 치르는 포트 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려 나름 의미가 있었지만 허정무 감독은 두 골을 넣은 이동국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표정보다는 "왜 더 움직이지 않느냐"고 냉정함을 보였다.
이동국을 향해 허 감독은 "K리그에서 골을 많이 넣었지만 스스로 넣은 골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 봐라"라며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에서 더욱 분발해야 함을 강조했다.
물론 허정무 감독은 "많은 질책을 받았던 황선홍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역사에 남을 일을 해냈다"라며 이동국이 '황새' 황선홍이 걸어간 길을 좇아 대표팀의 영웅이 되기를 은연중 기원했다.
남아공에서 스페인으로 전지훈련지를 옮긴 이동국에게는 두 번의 기회가 남았다. 첫 번째가 18일 밤(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 에스타디오 시우다드 데 말라가에서 열리는 핀란드와의 평가전이다.
스페인은 이동국에게 뼈아픈 장소로 기억된다.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스페인 라망가에서 2차 전지훈련을 하던 대표팀은 튀니지와 평가전을 치렀다. 공격수로 나선 이동국은 전반 45분을 소화한 뒤 후반 시작과 함께 차두리와 교체됐다.
이후 핀란드,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이동국은 몸만 풀었고, 월드컵 본선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한반도가 온통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젖어 있을 때 그는 '축구의 축'자도 꺼내지 않았고, 이듬해 광주 상무 입대로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을 시작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전에서 슈팅 하나로 가능성을 보여준 뒤 K리그를 휩쓸며 대형 공격수로의 자질을 보인 이동국을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명단에서 탈락시킨 선택에 대해 많은 말이 오갔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8년 만에 스페인을 다시 찾은 이동국은 또 다른 꿈을 꿔야 한다. 본선 최종 명단에 해외파들이 무혈 입성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남은 자리를 놓고 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18일 핀란드전, 그리고 22일 있을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은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를 염두에 두고 치른다. 힘 넘치고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다. 이들을 상대로 이동국이 좋은 장면을 만들어낸다면 허정무 감독의 냉랭한 마음도 한껏 녹을 수 있다.
이동국으로선 오랜 A매치 골 침묵도 깨야 한다. 베이 유나이티드(남아공 2부리그)와의 경기서 넣은 두 골은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넣은 것일 뿐 A매치의 수준과는 동떨어져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2006년 2월 15일 멕시코와의 친선경기 때 넣은 골이 이동국의 A매치 마지막 골. 이후 4년 동안 이어진 침묵을 멈출 기회가 스페인에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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