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과 과거는 잊어라. 실력으로만 짜겠다."
'영웅네'를 이끄는 김시진 감독이 2010 시즌 선발진 운용에 대해 살짝 귀띔했다. 그의 합격요건은 간단했다. 선수들이 1군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실력뿐이라는 것이다.
제주도 강창학 구장에서 선수단의 마무리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전체적으로 스피드와 디펜스 향상에 주안점을 두고 채찍을 가하고 있다.
신인 선수들의 경우 부상 위험이 있는 선수에게는 투구폼 교정을, 구위가 부족한 선수에게는 체력 강화를 지시하며 개개인의 면면을 파악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 감독이 내년 시즌 히어로즈의 가장 큰 이슈가 될 선발진 운용에 대한 생각을 입밖에 냈다. 마음같아서는 선발 혹은 마무리 투수로 용병 한명을 영입하고 싶지만 구단 재정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일단 클락과 브룸바를 안고 가기로 결정했다.(물론 이조차도 구단의 선택에 달려있어 확실치 않다.)
그 결과 투수진은 내년 시즌에도 특별한 새 전력 수혈 없이 판을 짜야할 상황이다. 이에 김 감독은 경험치와 이름값을 떠나 스프링캠프까지의 구위를 보고 철저한 실력 위주로 선발진을 꾸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 시즌 김 감독이 투수진에 크게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13승(10패)을 거두며 성공적인 진화를 달성한 이현승과 시즌 막판 선발진에 합류해 분투한 황두성(8승 3패)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투수들이 기대에 못미치며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탈락했다.
공격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마일영(5승 8패)과 장원삼(4승 8패)이 기대에 못미쳤고, 김수경(6승 11패)도 완벽한 부활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보근, 강윤구 등 크게 만족하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던져준 선수들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해줘야할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히어로즈는 결국 6위에 그쳤다. 시즌 막바지 포스트시즌에 탈락하면서 김 감독은 "공격에서는 70, 80점을 줘도 투수들에겐 30점도 못주겠다"고 화를 냈을 정도다.
결국 쓰디쓴 경험을 맛본 김 감독은 일찌감치 '2010 시즌는 무한경쟁체제'를 선언한 셈이다.
일단 현재 감안하고 있는 선발진 후보는 이현승, 장원삼, 김수경, 황두성, 강윤구, 김영민 등이다. 내년 시즌 경찰청에서 제대하는 손승락도 조용준, 문성현의 마무리 투수 기용이 어려워질 경우 선발진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마일영은 현 시점에서는 계투요원으로 기용할 생각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정해진 것은 아님을 김 감독은 수 차례 못박았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잘하고 못했던 것을 모두 싹 지워버렸다. 그 때문에 판단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고민도 다 지워버렸다"며 "실력으로 다시 새판을 짤 것이다. 강윤구, 김영민이 포함될 수 있을 지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특히 김 감독은 기존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안겼다. 그는 "이현승, 장원삼, 마일영, 김수경 등도 선발 보장을 절대 못한다. 이름값으로 야구를 할 생각은 버려야할 것"이라며 백지 위에 새로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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