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의 마음은 무겁다.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이며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조용히 응시하곤 한다. 바로 용병 브룸바와 클락의 거취 문제를 두고 매일밤 고민을 거듭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감독으로서 팀의 최상전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임감은 크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기에 그의 아쉬움은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제주도 서귀포 강창학 구장에서 팀 마무리훈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시진 감독은 용병 문제에 대한 질문에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투수 1명, 타자 1명으로 조합하고 싶지만 팀사정이 여의치 않다보니 쉽사리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 감독이 솔직히 밝힌 용병 구성은 브룸바와 클락 중 한 명을 버리고 쏠쏠한 용병투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물론 선발 투수가 힘들다면 마무리를 맡아줄 투수도 괜찮다는 것이 현재 김 감독이 품고 있는 구상이다.
하지만 히어로즈 팀 사정상 투수 영입은 언감생심일 수밖에 없다. 재정이 열악해 스폰서 문제와 연말 KBO 가입금 문제 등 당장 산적한 문제들을 풀어야 하는 히어로즈 구단 입장에서는 뒷돈까지 얹어줘야할 지도 모르는 수준급 용병 투수의 영입은 말 그대로 먼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김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줄곧 함구하고 있다.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60여 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김 감독으로서는 구단 재정에 무리가 될 지 모르는 용병 영입보다는 현 토종 선수들의 전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에 용병에 대한 욕심을 모두 버렸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1차적으로 브룸바와 클락은 2010 시즌에도 함께 가는 것이다. 최선보다는 차선을 택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둘의 연봉을 합치면 51만달러(브룸바 27만/클락 24만)에 지나지 않고, 어디서 이 가격(?)에 이들 만한 선수들을 구해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구단에서 지원해준다고 해도 그 동안 용병 영입을 위해 쌓아놓은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도 김 감독에게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용병 투수를 영입하고 싶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결국 내년에도 브룸바와 클락으로 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 돈으로 이들 만한 용병을 어디서 데려올 수 있겠느냐"며 "아쉽기는 하지만 구단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감독이 그저 전력 강화만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전했다.
결국 구단 재정이 넉넉치 못한 탓에 김 감독도 모험수를 두는 것은 포기한 셈이다. 과연 히어로즈의 2010 용병 문제는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 김 감독은 주어진 여건에서나마 최선을 다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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