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서귀포 강창학 구장에서 히어로즈의 마무리 훈련을 진두지휘 중인 김시진 감독에게는 한 가지 철칙이 있다. 투수 출신인 만큼 투수 조련에 대한 본인만의 굳은 소신을 갖고 올 겨울에도 원칙을 지켜가며 회초리를 들고 있다.
김 감독의 소신은 바로 신예 투수 혹은 기대되는 투수를 조련시킬 때 결코 투구 동작을 함부로 교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김 감독이 선수 생활 및 투수코치 십수 년의 경험에서 깨달은 것으로 제 아무리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투수라 할 지라도 섣부른 동작 교정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도 발전이 없을 경우, 즉 벼랑 끝 탈출법이 아니고서는 투수들 고유의 투구폼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팀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요즘에도 김 감독은 여전히 이 소신을 지켜가고 있다. 지난 시즌 강윤구가 "투구 시 어깨가 아픕니다. 자세를 교정시켜 주십시오"라고 김 감독에게 요청했을 때 김 감독은 "훈련 부족"이라고 단언하며 이를 일축했다. 그 결과 고된 프로생활을 경험한 뒤 성장한 강윤구는 더 이상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투구폼을 교정하지 않고도 품고 있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올 겨울에도 김 감독은 강윤구의 투구폼을 변화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본인만의 색깔과 개성이 있는 만큼 현 투구폼 속에서 만들어진 강윤구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면서 전반적인 파워 향상으로 구위를 업그레이드 시킬 방침이다.
이는 2010시즌 기대주로 낙점한 김영민 역시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김영민도 역시 강윤구와 마찬가지로 투구폼 교정 없이 본인의 투구 색깔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웬만해서는 '후배'들의 투구 동작을 교정시키지 않는 것은 특히 이들이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만23세까지 익힌 투구 동작 등이 사실상 각 선수(특히 투수)의 야구인생을 모두 결정짓는다고 확신하고 있다. 본인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 시기에 섣불리 교정했다가는 자칫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자초할 수 있기에 감독이자 선배로서 쉽사리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 때 함부로 동작을 교정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결코 섣불리 선수들의 투구동작을 교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또 무리하게 동작을 바꿔 3~4km 구속을 올린다고 해도 제구력이 망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교정으로 인한 발전은 결코 쉽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 김 감독에게도 예외는 있다. 바로 부상을 자초하는 투구동작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에게는 가차없이 메스를 든다. 바로 2010년 신인 1차 지명(전체 2순위)으로 선택한 우완 투수 김정훈(광주 진흥고)이 그런 경우다.
의욕이 넘치는 김정훈은 현재 투구 시 테이크백이 크고 가슴이 먼저 앞으로 쏠려 어깨에 부담이 가는 투구폼을 가지고 있다. 이를 지켜본 김 감독은 요즘 김정훈의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는 투구폼을 가르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밸런스를 맞추는 일을 넘어 동작 자체를 교정하는 것은 김 감독으로서는 의외의 선택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김)정훈이는 지금 이대로 던지면 100% 부상을 입을 것이다. 테이크백 동작이 너무 뒤로 쏠려서 부상이 필연적이다. 투구동작 교정은 너무 조심스러워서 손대지 않는 부분이지만 정훈이는 예외다. 부상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아무리 '교정불가'를 외치는 김 감독이라 할지라도 투수 선배로서 부상을 야기하는 동작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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