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네' 2군의 투수 조련법은 어떨까.
2009 시즌 믿었던 선발투수들이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4강 진출에 고배를 마셨던 히어로즈는 요즘 투수 육성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제주도에서 만난 정명원 히어로즈 2군 투수코치는 "2군인데 뭘 물어보느냐"고 쑥스러운 듯이 손사래를 쳤지만, 사실 구단 재정이 넉넉치 못한 히어로즈로서는 유망주들을 키워내야 하는 그의 역할이 누구보다 크다.
김시진 감독은 2010 시즌의 목표 중 하나로 백업 선수들의 육성을 선언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이를 병행해왔지만, 내년에는 더욱 신예급 선수 육성에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1군을 넘어 2군 코치들에게도 임무가 막중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어려운 구단 형편을 감안하면 '화수분 야구'는 두산이 아니라 히어로즈에게 더 절실하다는 점에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명원 코치가 2군 투수 육성의 핵심에 대해 언급했다. 바로 제구력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특히 변화구의 제구력이 그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 코치에 따르면 1군과 2군 투수의 차이는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꽂을 수 있느냐' 여부다. 1군에 올라가지 못하고 2군에 머무는 수많은 투수들은 대체로 제구력 부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한다. 또 이를 고치지 못한다면 1군에 올라가더라도 살아남지 못하고 다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구 스피드가 빠르지 않더라도 변화구의 제구가 되면 충분히 타자들을 유인할 수 있고,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정 코치의 말이다. 물론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보유하고 있는 투수의 경우야 직구 제구력만 높여도 충분히 효과가 있지만(결국 강속구 투수도 제구가 중요한 셈이다), 그렇지 못한 선수가 대부분이기에 일단 2군 투수는 변화구의 제구력을 높이는 길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인 것이다.
1996년 해태와 현대의 한국시리즈 4차전(10월 20일)에서 정명원 코치는 노히트노런 역투를 하며 4-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후 그 어떤 투수도 이루지 못한 포스트시즌 노히트노런(2004년 삼성 배영수가 현대와의 한국시리즈서 10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했지만 무승부로 공식 인정을 받지 못했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정 코치는 그 때의 감각을 상기하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이 부차적인 문제일 뿐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제구력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정 코치는 "변화구를 제대로 스트라이크로 넣지 못하고, 제구가 안되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2군 선수들도 대부분 1군 투수들 못지않게 공이 빠르다. 아니 더 빠른 선수도 많다. 하지만 제구가 안돼 벽을 넘지 못하고 도태된다"며 "제 아무리 공이 빨라도 제구가 안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제구가 생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김시진 감독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투구동작 교정은 절대로 안한다. 구속 3~4km 올리려다가 제구가 망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50km 던지고 제구 안되는 선수보다 140km대 초반에 제구 되는 선수가 훨씬 낫다"고 여러 차례 강조할 만큼 투수에게는 제구력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2군 투수들의 생존은 결국 구속을 넘어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아넣을 수 있는 능력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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