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자명고'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며 비운의 드라마로 마침표를 찍었다.
호동 왕자와 낙랑공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자명고'는 올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막상 베일을 벗은 '자명고'는 혹평을 받았고 시청률도 한자리수에 머물며 부진했다. 21일 방영된 '자명고' 마지막회는 7.2% 한자리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아쉽게 막을 내렸다.
한 번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난 '자명고'는 본격화된 인물들의 대립구도와 애틋한 러브라인으로도 추격에 불씨를 붙이지 못했다.
여기에 뒤늦게 월화극 경쟁에 뛰어든 MBC '선덕여왕'이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자들의 호연에 힘입어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자명고'는 그대로 무너졌다.
총 5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시청률 부진으로 39부작으로 조기종영, 비운의 드라마로 남게됐다.

◆흥행 실패 왜? '흡입력 부족한 스토리 + 막강 대진표'
SBS가 올 상반기 내세웠던 최대 야심작 '자명고'가 맥없이 무너진 이유는 무엇일까.
'자명고'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설화 이면에 숨어있는 여성 영웅 자명공주에 관한 이야기. 낙랑국에 적이 침입하면 스스로 울리는 북으로 알려져 왔던 자명고가 실은 당시의 첩보원일 수도 있다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 기발한 상상력은 자명과 라희, 호동 세 사람의 진부한 러브라인에 그칠 뿐 그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점을 뒀던 멜로가 오히려 독이 된 것.
서로 사랑하지만 얄궂은 운명 앞에서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자명과 호동, 그리고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라희, 세 남녀의 삼각 관계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과 구도였다. 다만 현대극이 아닌 사극을 덧대었을 뿐이다.
여기에 다수의 인물과 복잡한 관계 설정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오히려 극의 흥미를 떨어트렸을 정도로 스토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극 초반 아역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성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등 드라마 완급 조절에도 실패했다. 주인공을 맡았던 정려원, 정경호, 박민영 등 세 주인공의 연기도 흡입력이 부족했다. 모든 배우들이 사극 경험이 전무했던 만큼 드라마 초반 연기가 어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회가 지나면서 연기는 무난해졌지만 결정적으로 시청자들을 휘어잡을 카리스마가 아쉬웠다는 평이다.
경쟁드라마와의 대진운도 나빴다.
MBC '에덴의 동쪽'을 피해 편성 연기 등의 자충수를 뒀지만 '꽃보다 남자'와 '선덕여왕' 등 인기드라마들과 연이어 맞붙게 되면서 일찌감치 시청자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지며 아쉬운 시청표를 받아들였다.
◆"시청률 전부 아냐"...'애틋 러브라인+명대사'에 열광한 마니아
진부한 러브라인에 채널을 돌린 시청자도 있었지만 러브라인에 열광한 마니아 시청자들도 존재했다.
적국의 왕자와 공주, 한 남자를 사랑하는 언니와 동생 등이 설정이 러브라인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면서 극의 전개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 이들은 낙랑과 라희의 편으로 나뉘어져 극 전개를 두고 다른 의견을 내놓는 등 러브라인의 향방에 촉각을 세웠다.
고전적이지만 품격 있는 대사들도 마니아 시청자들을 양산하는데 한 몫했다.
'권력이나 사랑이나 똑같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매한가지이지'(송매설수) '세월이 지나면 다 잊어진다. 마음은 해안의 자갈처럼 세월에 떨어져나가고 닦이고 그렇게 잊어진다'(모양혜) 등 중견 배우들의 열연이 담긴 대사가 드라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는 나를 위해 모든걸 다 버렸어요. 이제 내가 버릴 차례군요'(자명) '검 대신 너를 안고 싶다'(호동) '니가 없는 날들 손발이 시릴게다' '왕자님은 손발이 시리겠지만 뿌쿠는 펄펄끓는 한여름에도 가슴이 시릴거에요' 등 닭살스러운 사랑의 대사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드라마 종영 후 '시청률은 안 나왔지만 매우 재미있게 본 드라마였다.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 깊었다' '자명과 호동의 사랑에 가슴 떨리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현대판 자명고를 만들어달라'며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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