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 이영표(33,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주 포지션인 왼쪽 풀백은 축구대표팀에서 몇 안되는 부동의 자리였다.
그 동안 이영표는 김동진(27, 제니트), 김창수(24, 부산 아이파크), 김치우(26, FC서울), 박원재(25, 포항 스틸러스), 양상민(25, 수원 삼성), 장학영(28, 성남 일화), 현영민(30, 울산 현대) 등 수많은 이들의 도전을 받았지만 조용히 물리쳤다.
이영표는 후배들의 도전에 대해 "그 동안 왼쪽에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기량도 좋았다. 늘 좋은 경기력을 보인 선수가 경기에 나섰다"라며 은근히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풀타임 출장은 이영표의 상징이었다.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한 뒤 유럽으로 돌아가 소속팀에서 또 다시 풀타임을 소화하는 등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올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4경기 연속 풀타임 출장은 이영표의 존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오죽하면 15경기 연속 풀타임 출장을 앞두고 퇴장을 당하자 축구팬들이 "잘 됐다. 좀 쉬어도 된다"라며 안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대표팀에서는 월드컵 3차 예선부터 풀타임 출장 횟수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3차예선 4차전 요르단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21분 이정수로 교체된 것이 신호탄이었다. 그나마 전술적인 교체였다는 점이 이영표를 안심시켰다.
당시 경기를 평가했던 대한축구협회 한 기술위원은 "박주영의 선제골을 지키기 위해 허정무 감독이 수비를 강화하던 시점이라 이영표의 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체력 안배 차원에서 잘 된 교체였다"라고 기억했다.
최종예선에 들어와서도 이영표는 굳건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면서 팀 적응 차원에서 9월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치렀던 북한과의 1차전 엔트리에는 빠졌다.
이후 10월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2차전에서는 다시 발탁, 풀타임을 소화했다. 3차전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경기에서도 이영표는 6만 이상의 관중의 압박을 이겨내며 후배들을 독려해 2-0 승리를 이끌어냈다.
4차전 이란과의 경기부터 이영표의 교체 시간이 빨라졌다. 0-1로 뒤진 상태에서 후반 24분 경쟁자 김동진과 교체됐다. 김동진 투입 후 한국의 측면 공격은 살아나기 시작했고 36분 박지성의 동점골로 1-1 무승부를 만들었다.
북한과의 5차전에서는 전반 35분 아크 왼쪽에서 시원한 슈팅을 보여주는 등 식지 않은 공격력을 과시했지만 이란전보다 더 이른 후반 13분 김동진에 자리를 내줬다.
우연인지 풀리지 않던 한국의 공격은 김동진이 투입되면서 북한의 밀집 수비를 뚫기 시작했고, 후반 42분 김치우의 프리킥 골로 1-0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김동진은 물 만난 고기처럼 마음껏 뛰어다녔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관전한 다른 기술위원은 "이영표의 실력은 이미 검증됐고 자리 관리를 잘하는 선수지만 나이를 먹어가는 것은 속일 수 없는 것 같다. 예전보다 공격 가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허정무 감독이 빨리 파악하고 김동진으로 신속히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후배들의 도전에 출전 시간이 서서히 줄고 있는 것에 대해 긴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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