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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미팅]'홍삼' 홍상삼, "제가 자신감 빼면 시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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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23일 봉황대기 결승전 충암고와 덕수고의 대결... 9회초 1-0 상황. 1이닝만 막으면 충암고의 승리. 하지만 2사 이후 충암고 투수는 빗맞은 2루타와 우전안타를 허용하면서 1-1 동점을 만들어주고 만다. 그 순간 충암고 투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땅을 치며 통곡(?)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전진하면서 볼을 처리하지 않은 동료 우익수를 원망하면서... 그러고난 후 그는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다행히 이날 충암고는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봉황대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그 투수는 제3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최우수선수상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 경기 이후 야구팬들은 그를 속칭 '똘끼'를 가진 투수라고 평했고, 이후 당사자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3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돼 계약금 8천만원, 연봉 2천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2007년 늦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이가 바로 우완 투수 홍상삼(19)이다. 빠른 90년생으로 영일초-충암중-충암고를 나온 홍상삼은 당시 결승전을 지켜본 수많은 야구팬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두산에 입단 후 그는 2군 무대에서 전전하며 단 한 차례도 1군에 등록되지 못했고 '홍상삼 사건'은 조용히 팬들에게 잊혀져갔다.

그런 홍상삼이 드디어 기축년을 맞아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기회를 잡았다. 김경문 감독이 충격요법으로 이원재 대신 홍상삼을 전지훈련 멤버로 포함시킨 것이다. 한 겨울 보이지 않는 기회를 노리며 개인훈련에 몰두해온 홍상삼에게는 더 없이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홍상삼의 노력 여하에 따라 1군 마운드에서 그만이 가진 특유(?)의 승부근성을 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았다.

1월초 잠실구장 실내훈련장에서 만난 홍상삼은 그 당시(?)와는 달리 조용조용하고 낯을 많이 가리는 스무살 청년일 뿐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공개한다.

프로 첫 해... 홍상삼에게 2008 시즌은?

홍상삼은 2008 시즌에 대해 묻자 쑥스러운 듯 고개를 떨궜다. 특별히 할 말이 없단다. 그도 그럴 것이 홍상삼은 지난 시즌 등판은 커녕 1군 엔트리에 단 한 차례 등록조차 된 적이 없었다. 신인일 경우 충분히 조련한 후 실전에 내보낸다는 두산의 팀컬러를 감안하더라도 조금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홍상삼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라고 본인의 과오(?)를 인정했다. 2007년 10월 팔꿈치 뼛조각 수술 이후 한 동안 재활훈련에 몰두했었고, 완치된 후에도 별로 연습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본인의 탓이라는 게 고졸 2년차 투수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고, 1군에 등록된 적도 없었어요.(침묵) 사실 작년에는 큰 목표치를 잡고 훈련에 임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일정에 맞춰 훈련만 했거든요. 2군 박종훈 감독님은 선수 개개인에게 맡기시는 분이세요. 자기가 깨달아야 한다고. 2군 생활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지는 않았어요. 열심히 하지 않았으니 스스로도 이런 결과에 대해 할 말이 없죠."

실력발휘 준비 끝! 2009 시즌 목표는 '신인왕'

홍상삼은 드디어 스프링캠프 명단에 합류했다. "선배들이 너무 잘해서 들어갈 자리가 안보여요"라며 한숨을 내쉬더니 마침 김경문 감독식 충격요법의 수혜자로서 이원재 대신에 한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이제 원대한 꿈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의욕적인 고교시절의 '크레이지' 투수로 변모하고 있다.

2009 시즌에는 한 건 터트려보겠다고, 내친 김에 '신인왕'까지 노려볼 심산이다. 한 겨울 피트니스클럽과 잠실구장을 오가며 체력을 다진 결과를 미야자키에서 내놓기 위해 홍상삼은 주먹을 불끈 거머쥔다.

"올해는 무조건 1군에 가고 싶어요. 게다가 평생 한 번 있는 신인왕도 노려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TV로 선배들이 하는 걸 다 지켜봤는데 저도 같이 야구를 하고 싶어요. 교육리그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구요, 자신감과 집중력의 싸움인 것 같아요. 신인왕이 무리라구요? 제가 자신감 빼면 시체입니다. 이제 실력으로 보여드려야죠."

효자 '홍삼' 홍상삼, "야구하면서 진 빚 갚아드리고 싶어요."

홍상삼의 별명은 '홍삼'이다.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름 탓에 조금 유치하지만 친구들은 그렇게 부르고 있다. 고교시절에는 중계 캐스터가 홍상삼 선수의 이름을 가장 발음하기 어렵다고 볼멘소리까지 했단다. 캐스터조차 그럴진데 친구들은 오죽하랴. 하지만 그는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말을 연신 되풀이했다. 빨리 좋은 성적을 거둬 자신을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큰 빚을 지고도 내색 안하신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고 싶은 게 이 청년의 또 다른 꿈이다.

"올해는 꼭 1군 무대에서 뛰어 부모님 빚 좀 갚아드리고 싶어요. 사실 한국에서 야구하는 게 돈이 많이 들잖아요. 부모님이 제 뒷바라지 해주신다고 고생 많이 하셨어요. 제가 부모님께 정말 표현 안하는데요, 여기서 이렇게 하게 되네요.(웃음) 아버지, 어머니, 열심히 사시는 모습 보면서 저도 뒤에서 부모님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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