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경영난 타개를 위한 긴축재정의 첫 신호탄으로 11월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한다.
MBC는 평일 저녁 재방송 편성과 주말극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11월 프로그램 개편안을 5일 확정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지난 9월부터 방송광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MBC의 이번 개편안은 경영난 타개를 위한 '허리띠 조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MBC는 우선 평일 오후 5시 35분 방송되던 장수 프로그램 '생방송 화제집중'을 전격 폐지하고 그 시간에 '경제매거진 M', '공감 특별한 세상', '불만제로' 등 재방송 프로그램을 대거 배치하는 파격편성을 시도한다.
평일 저녁 시간대에 재방송 프로그램이 편성되는 것은 과거 전례가 없던 일로, MBC와 함께 최근 들어 비상경영 계획을 드러내고 있는 KBS, 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의 개편안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다.
이에 대해 MBC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몸피를 줄여 그 적자 폭을 최대한 줄이는 게 급선무"라며 "'생방송 화제집중'의 폐지는 아쉽지만 심야에 방송되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저녁 시간 다시 볼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MBC는 최근 엄기영 사장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광고매출이 줄어 대규모 영업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 사원들이 비용을 줄이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경영난의 심각성을 알리며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 개편에서 MBC는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의 폐지를 결정했다. 주말 밤 10시 35분에 방송되던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는 고주원, 박솔미 주연의 '내여자'를 끝으로 안방시청자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MBC 관계자는 "광고수주의 악화는 드라마에서도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베토벤 바이러스'의 경우도 광고가 완판되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MBC는 지난 2005년 초 드라마 '제5공화국'을 시작으로 주말 밤 시간대에 드라마를 새롭게 편성했다. 그러나 '하얀거탑', '내 인생의 마지막 스캔들'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시청률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게 사실.
시청률에서의 고전과 광고수익 감소 등에 따른 경영난이 맞물리면서 주말 밤 드라마 폐지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최종적으로 폐지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밖에 그동안 평일 이른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면서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온 연예 정보 프로그램 '생방송 섹션TV 연예통신'이 금요일 오후 6시 50분에서 같은 날 밤 9시 55분으로 이동한다.
이로 인해 MBC가 지난 5월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강조한 주말 공영존(Zone, 금, 토, 일 밤 9시 55분에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배치한 것)의 일부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한편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의 폐지로 그 시간에는 예능 프로그램인 '명랑히어로'(토요일)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MBC스페셜'(일요일)이 방송된다.
또 MBC는 예능 프로그램 '오늘밤만 재워줘'와 '내 딸의 남자'를 각각 금요일 밤 11시40분, 금요일 밤 오후 6시50분에 신설한다. 개그우먼 이경실, 김지선 등이 MC를 맡은 '오늘밤만 재워줘'는 아줌마 연예인 4명이 스타의 집을 방문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며, 개그맨 김용만이 진행하는 '내 딸의 남자'는 사윗감 후보와 '예비 장모'가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아울러 이번 개편을 통해 폐지되는 '가요큰잔치'를 대신하는 차원에서 수요일 밤 12시35분에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 새롭게 기획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