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 감독의 걱정거리가 있다. 무게감 넘치던 두산의 중심타선이 플레이오프에 들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6일과 17일 잠실구장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2차전서 발야구의 핵심요원인 이종욱과 새로운 추남(秋男)으로 떠오른 오재원은 120% 제 몫을 다했지만 정작 타점을 올려줘야 할 중심타선은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삼성과의 2연전 동안 두산 테이블세터는 부지런히 뛰었다. 이종욱의 경우, 9타수 6안타, 타율 6할6푼7리로 팀내 최고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1차전서 4타수 2안타로 MVP까지 차지했던 오재원은 2차전서 1안타밖에 못 때려냈지만 그 안타가 선제 2타점을 올리는 3루타였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사' 노릇을 해줘야 하는 3-4-5번이 페넌트레이스 때와는 달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
정규시즌 타율, 출루율, 최다안타 부분에서 타격 3관왕에 오른 김현수는 8타수 2안타에 그쳤고, 타율 2위에 빛나는 홍성흔은 5타수 무안타로 침묵한 끝에 2차전선 최준석과 교체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주포 김동주도 9타수 2안타로 '국대 4번'의 자존심을 구겼다.
결론적으로 두산의 테이블세터가 출루해 삼성 배터리를 줄기차게 괴롭히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들을 홈으로 불러들여야 할 타자들이 힘을 쓰지 못함으로써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끌고가고 있는 것이다.
테이블세터의 맹활약과 중심타선의 부진이라는 패턴은 준플레이오프서 삼성에게 3연패당하며 8년 만의 가을야구를 일찍 접어야 했던 롯데의 경우와 흡사하다.
롯데 역시 지난 8일부터 열린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서 김주찬(14타수 6안타 4할2푼9리), 이인구(12타수 6안타 5할)의 '크레이지 모드'에도 불구하고 조성환-이대호-가르시아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속절없이 무너지며 씁쓸하게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퇴장했다.
시즌 내내 맹타를 휘두르며 롯데의 '해결사'로 우뚝 선 조성환은 14타수 2안타 1할4푼3리라는 실망스런 성적을 기록했고, 가르시아도 12타수 2안타 1할6푼7리로 롯데 팬들로서는 믿기 힘든 부진에 허덕였다. 이대호의 경우, 11타수 4안타 3할6푼4리라는 썩 괜찮은 타격감을 보였지만 타점이 불과 1점에 그쳐 '국대 거포'로서의 영양가 넘치는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두산은 17일 2차전서 연장 14회까지 가는 피말리는 혈전 속에 김선우와 이승학을 제외한 엔트리 등록 투수 전원(9명)을 투입시키고도 4-7로 무너졌다. 쓸 수 있는 불펜은 100% 풀가동했지만 삼성 신명철에게 14회초 결승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뼈아픈 1패를 떠안았다.
잠실서 1승 1패씩 나눠가진 두산은 19일부터 원정팀의 불리함을 안고 대구서 삼성과 잇달아 3, 4, 5차전을 치러야 한다. 자칫 연패에 빠질 경우, 2위 두산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4위 삼성에게 빼앗길 수 있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중심타선의 부활! 롯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두산이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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