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 오더에서 '걸사마' 김재걸(36)을 제치고 선동열 감독의 선택을 받은 신명철(30)의 활약이 그나마 삼성 팬들의 마음을 달랬다. 팀이 역전패한 가운데 고군분투한 신명철에게 새로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은 지난 16일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에이스' 배영수를 비롯해 필승 계투진으로 평가받던 정현욱, 권혁, 안지만이 줄줄이 무너지며 4-8로 역전패했다. 일명 '지키는 야구'로 불리는 수비야구를 지향하는 삼성이었기에 선동열 감독의 속은 더욱 쓰라릴 수 밖에 없었다.
이날 삼성 타선은 두산 불펜진에게 완전히 봉쇄당했다. 선발 김선우에게 4안타를 때려낸 이후 4회부터 9회까지 3개의 안타밖에 보태지 못했다. 좌완선발 이혜천, 마무리 정재훈, 두산 최다승투수(?) 이재우가 잇달아 구원 등판하면서 삼성 타선은 무기력하게 덕아웃으로 돌아오기만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타자가 바로 2루수 신명철이다. 선동열 감독은 부상에서 회복한 김재걸과 신명철을 두고 누구를 선발 출장시킬지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신명철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신명철은 4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달 11일 대구 두산전에서 이원재의 공에 맞아 왼쪽 갈비뼈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었던 김재걸이 복귀하자 삼성 전력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였지만 선 감독은 오히려 그의 경기 투입에 신중을 기했다. 플레이오프라는 큰 경기다보니 고참이라고는 해도 실전 감각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8회말 4-7로 패색이 짙은 상황서 컨디션이 안좋았던 박진만 대신 김재걸을 투입한 것은 '걸사마'의 경기감각 회복을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이날 9번 타순에 배치된 신명철의 3안타는 비록 패하긴 했지만 삼성 공격의 포문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신명철은 3회초 선두타자로 들어서 내야안타로 출루, 대량득점을 위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4회초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는 2루타를 뽑아내는 등 이날 삼성이 기록한 총 7개의 안타 가운데 3개를 신명철이 뽑아냈다.
사실 신명철의 시즌 타율은 형편없었다. 244타수 45안타(1홈런) 1할8푼4리에 불과하다. 수비력이 강하기에 선 감독은 신명철을 중용해왔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팀이 패할 경우 원망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올 시즌 97경기에 나서는 동안 신명철은 3안타 이상을 기록한 적이 단 한 차례(9월 18일 대구 KIA전, 5타수 4안타) 뿐이다. 멀티히트를 기록한 경우도 7차례에 지나지 않는다.
1차전서 패했지만 일단 선 감독이 뽑아든 신명철 카드는 두산전에 통했다. 과연 신명철은 남은 플레이오프서도 믿기 힘든(?)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신명철의 재발견'이 이번 플레이오프의 또 다른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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