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우(25, 서울)는 그라운드에서 항상 너무나 열심히 뛰어다닌다.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의 플레이를 늘 보여준 김치우였다.
그런 그가 28일 유독 더 독하게 뛰어다녔다.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김치우를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그는 너무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땀을 흘렸다. 바로 전남을 만났기 때문이다.
전남은 김치우가 서울로 이적하기 전 몸담았던 친정팀이다. 2007년 1월 인천에서 전남으로 옮긴 김치우는 2008년 7월30일 서울로 이적하기 전까지는 '전남맨'이었다. 지금의 김치우가 있기까지 전남은 2007년 FA컵 MVP 등 김치우에 많은 것을 안겨준 소중한 팀이었다.
그런 소중한 친정팀을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적으로 만났다. 김치우가 서울로 이적한 후 전남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혹여나 친정팀에 대한 향수와 추억을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었다. 김치우는 서울의 '검'을 차고 냉정하게, 그리고 예리하게 전남을 겨눴다. 승부의 세계에서 '친정에 대한 기억'은 사치였다.
김치우는 선발 출전해 오른쪽, 왼쪽 가리지 않고 전남의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3분 프리킥으로 활약의 시작을 알린 김치우는 팀의 프리킥, 코너킥을 전담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30분에는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악착같이 들러붙었다. 몸을 사리지 않았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태클을 시도했고 공격을 저지했다. 전반 35분 유지노의 공을 빼앗자, 서울 팬들은 "김치우! 김치우!"하며 환호했다.
후반, 김치우는 공격성향을 마음껏 드러냈다. '김치우표' 왼발이 빛을 낸 후반이었다. 후반 8분 김치우가 찬 프리킥은 김진규 머리까지 날카롭게 휘어져 들어갔다. 김진규의 헤딩이 골문을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또 28분 아크 오른쪽에서 때린 프리킥 역시 날카로웠고, 32분 프리킥은 골대위를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김치우는 드리블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후반 25분, 드리블 돌파 후 데얀에 찔러준 패스는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36분 두 명을 제치며 아디에게 패스하기도 했다.
상대가 전남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김치우는 전남 선수들과 신경전도 펼쳤다. 전반 34분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김치우는 공을 골라인 밖으로 차버리며 전남의 신경을 건드렸다. 전남 선수가 항의를 하자, 심판이 김치우에 주의를 주기도 했다.
김치우는 후반 38분 이상협과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김치우의 날카로운 검이 한몫을 단단히 해내 서울은 전남에 3-0 대승을 거뒀다. 친정팀을 상대로 김치우가 겨눈 검, 그리고 냉정함과 승부욕. 김치우는 '승부세계에서 친정팀에 대한 추억은 사치'라는 것을 몸으로 확실히 말해줬다.
경기 후 만난 김치우는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을 상대한 소감에 대해 "똑같은 경기일 뿐이다. 인천에서 전남으로 옮길 때도 똑같은 기분이었다. 나의 소속팀은 서울이다"라며 "큰 골 차로 이겼다고 해서 미안한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1년 넘게 몸담았던 친정식구들과의 만남이 오히려 김치우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었다. 전남 선수들은 김치우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김치우는 "전남 선수들도 나를 잘 알고, 나도 전남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 서로 잘 알아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냉정한 프로세계지만 사람의 '정'은 남아 있었다. 김치우는 "어제 전남 선배들, 동료들과 간단한 통화를 나눴다"며 친정팀에 대한 애정을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김치우는 서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후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로 온 후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서울은 내가 원했던 팀이고, 심리적으로도 안정된다. 아무래도 가까운 곳에 있어 생활하기도 편하고 경기력도 향상된 것 같다"며 서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래서일까. 김치우는 서울로 이적한 후 단 한 번도 패배의 기억이 없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