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5연패 늪에 빠지며 쇠락의 길을 보이고 있는 '뉴질랜드의 흑표범' 레이 세포(37, 레이세포파이트아카데미)가 또다시 무너졌다. 경기 초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고 체력 고갈로 기세를 역전당한 채 뼈아픈 승리를 헌납했다.
레이 세포는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2008 파이널16' 3경기서 올해 USA 그랑프리 타이틀을 차지했던 고칸 사키(25, 터키, 팀레벨)을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막판 체력 소진으로 3-0 역전 판정패를 당했다.
지난 7월 타이페이 대회서 자빗 사메도프에게 연장 풀라운드 접전 끝에 패하며 분루를 삼켰던 레이 세포는 이날 연패를 끊기 위해 야심차게 링에 올랐지만 12년 후배의 넘치는 체력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레이 세포는 이날도 연패 전과 변함없이 여유를 보였다. 1라운드 로킥에 이은 원투 컴비네이션으로 고칸 사키를 툭툭 건들며 틈을 노린 세포는 2라운드부터 본격적으로 기세를 올렸다. 사키는 세포의 전진 스텝에 뒷걸음질 치며 상대의 헛점을 노리는 전략으로 맞섰으나 승리에 배고픈 '흑표범'의 이빨을 무력화시키기는 쉽지 않았다.
세포는 가드를 단단히 잠근 채 역습을 노리는 사키의 전략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압박, 방어벽을 뚫기 위해 강력한 양손 훅을 계속 내뿜었다. 사키는 2라운드 종료 직전 플라잉 프론트 킥을 날리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경기를 뒤집기는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1, 2라운드 적극적인 파이팅으로 승기를 잡은 세포가 3라운드부터 급격히 무너져 경기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체력 소진으로 사키의 반격을 조금씩 허용, 스텝이 무뎌지기 시작하면서 전세를 역전당한 것.
그리고 사키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원투 훅 연타와 로킥을 내뿜으며 경기 초반의 열세를 모두 만회, 무승부 판정을 이끌어내며 결국 연장까지 가는 뒤집기에 성공했다.
연장전에 접어들자 사키의 압승이었다. 체력이 고갈된 세포는 경기 초반과는 달리 스텝이 완전히 무너졌고, 공방중 슬립다운도 두 차례나 당하는 등 예전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 체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키의 살아난 기세에 노가드로 임하는 등 특유의 퍼포먼스는 펼쳤지만 이미 세포는 경기를 내준 상태였다.
연장전 종료 후 결국 3명의 저지(judge)는 고칸 사키의 우세를 선언했고, 한때 철완으로 K-1을 풍미했던 레이 세포는 쓸쓸히 링을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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