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맷 랜들이었다. 비록 제구력에 문제점을 드러내긴 했지만, 힘있는 직구와 관록투가 돋보였다.
두산 베어스의 랜들(31)이 믿음직한 위기관리 능력으로 제 몫을 다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2km를 찍었고, 낙차 큰 변화구(체인지업˙커브˙슬라이더)에 한화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랜들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 5.1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져 7피안타 2실점으로 올시즌 3승(3패)째를 챙겼다. 지난 15일 문학 SK전 승리 이후 연승으로 어려움에 처한 두산 선발진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4년 연속 '두자리 승수'의 가능성을 보였다.
랜들은 경기 초반 몸이 덜 풀린 듯 다소 불안했다. 1회초 첫타자 이영우에 중견수 방면 2루타를 맞은 후 클락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 손쉽게 선취점을 빼앗겼다. 2사후에도 김태균˙이범호에게 연타를 맞고 1실점했지만 다음 한상훈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초반 대량실점의 위기를 넘겼다.
2회에는 신경현˙김민재˙이영우를 3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3회에도 선두타자 클락에 볼넷을 내줬으나 김태균을 삼진으로 솎어내 전타석에서 안타를 맞은 앙갚음을 했다. 이후 이범호를 좌익수플라이로 처리, 무난히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았다.
랜들은 140km 안팎의 정교한 직구에 변화구를 적절히 곁들이며 마운드를 안정시켰다. 4회 2사후 신경현에 우익수 앞 안타, 다음 김민재에게마저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고 1, 3루의 위기에 몰린 것이 승부처였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삼진을 잡아내는 위기 탈출 능력이 돋보였다. 이영우를 볼카운트 2-2에서 헛스윙을 유도, 두 타석 연속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랜들의 삼진쇼는 5회에도 계속됐다. 첫타자 추승우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용병 강타자 클락, 전날 역전타의 주인공 송광민의 방망이마저 삼진으로 잠재우는 등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켜냈다.
랜들은 "1회 제구하는 데 애를 먹었는데, 그 이후 컨트롤이 좋아졌다"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페이스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년연속 10승기록에 대해서는 "승수보다는 아프지 않고 시즌 마지막까지 선발진에 남는 것이 목표"라며 "팀 투수진이 어려운 만큼 보탬이 되는 피칭을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겸손을 아끼지 않았다.
랜들은 지난해 12승 8패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하는 등 두산 유니폼을 입은 지난 2005년부터 해마다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도 큰 공헌을 했다.
랜들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아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거둔 임태훈의 호투도 돋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어제 경기서 역전패를 당한 만큼 나쁜 흐름을 타지 않기 위해 오늘 경기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선수들이 잘 싸워줘 승리했다"며 흐뭇해 했다.
이 날 경기는 두산이 1-2로 뒤지던 2회 김현수의 시즌 3호 역전 스리런이 작렬해 경기를 뒤집었고, 6회에도 오재원˙채상병의 연속타점에 힘입어 한화를 6-2로 물리쳤다.
이로써 두산은 24승(18패)째를 올리며 전날 역전패의 복수극을 펼쳐 한화와의 승차를 다시 1.5게임으로 벌려놓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