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따윈 날려 버려요. 믿는다면 이뤄질거에요." 영화 '헤어 스프레이'(수입 인터비스)는 '해봤자 살이나 빠지지' 하등의 도움이 안되는 고민 따윈 하지 말라고, 꿈을 위해 그저 한걸음 내딛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노래한다.
어쩌면 이다지도 '긍정적'이고 '낙천적'일 수 있을까. 헤비급 체구에 백인치고는 단신에 속하는 작달말한 키, 귀염성 있긴 하지만 예쁘지 않은 얼굴의 소녀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 분)에게는 고민이란 찾아볼 수 없다.
떨어지는 낙엽에도 한숨을 쉬는 10대 나이에 고민이 참 많을법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머리 속은 희망과 핑크빛 미래로 가득하다. 한창 유행하는 '재키 스타일'의 부풀린 머리 모양을 한 이 뚱뚱한 소녀의 꿈은 TV 댄스쇼인 '코니 콜린스쇼'에 출연해 최고의 댄싱퀸인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것.

하지만 백인 선남선녀만 출연하는 이 쇼에 나가 춤을 추는 것이나 TV 속 미남 '링키'(잭 애프론 분)의 사랑을 얻는 것은 그림의 떡 처럼 요원한 일이다. 어느날 쇼에 결원이 생기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새 출연자를 뽑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업을 빠지고 오디션에 참가한 트레이시는 미스 볼티모어 출신의 국장 '벨마'(미셸 파이퍼 분)으로부터 핀잔만 듣고 쫒겨난다.
자유로운 예술혼이 살아 숨쉬던 1960년대에 대한 향수를 담아낸 동명의 인기 뮤지컬을 영화화한 '헤어 스프레이'는 어깨와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작품이다.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디스코와 스윙, 컨트리 음악은 무거운 고민이나 우울함을 싹 날려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처럼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쇼 비지니스의 이면, 외모 지상주의 등의 소재를 그리고 있으나 '헤어 스프레이'는 더 경쾌하고 가볍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맞춤 캐스팅'의 주인공 니키 블론스키의 열연과 '토요일 밤의 열기', '그리스'의 원조 뮤지컬 스타 존 트라볼타의 여장 연기는 압권이다.

이번 작품으로 위해 매 촬영마다 14kg에 달하는 바디수트를 껴입고 여장 연기를 펼친 트라볼타는 30년만에 춤과 연기를 선보이며 아직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한다. 조신한 주부로 변신한 트라볼타와 그의 육중한 몸매와 대비되는 바짝 마른 남편 역을 맡아 "당신은 골동품, 세월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네"라며 아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고백하는 크리스토퍼 월큰의 부부 호흡은 큰 웃음을 준다.
'말라깽이 백인만 좋아하는 60년대 미국사회'에 대한 애교스러운 풍자와 가족애, 그리고 흑백과 외모의 편견을 넘어선 사랑을 그린 '헤어 스프레이'는 긍정의 파워가 얼마나 큰 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12월 6일 개봉. 12세 관람가. [사진=인터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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