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 그룹 클래지콰이(Clazziquai)의 상승세가 무섭다.
클래지콰이는 3집 앨범 '러브 차일드 오브 더 센츄리(LOVE CHILD of the CENTURY)'발매한 지 10일 만에 판매량 3만 장을 넘어선데다 라디오 방송횟수 정상, 각종 음악사이트 인기 순위를 석권하며 인기 순항 중이다.
이런 수치가 담긴 자료를 클래지콰이에게 보여주자 세 명 다 깜짝 놀란다.
저마다 "진짜야?믿어지지가 않네"(호란) "3만장이면 일본에서 판매량과 비교하면 적은건가?수치가 영 와닿지를 않는다"(알렉스)라며 잠시 소란해졌다. 맏형 DJ클래지가 "저희들은 활동하느라 바쁘니깐 사실 이런 숫자들에는 둔감해요"라며 정리해주자 그제서야 잠잠해졌다.
사실 이들이 기쁜건 수치가 아니라 음악에 대한 평가다. "우리 음악에 대해 선입견이 있어 안좋아 해주는 분들은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앨범 리뷰를 찾아 보니 다 좋더라구요. 특히 음악적으로 진보했다는 부분이 저희들을 기쁘게했죠."(DJ클래지)
클래지콰이는 일렉트로니카라는 생소한 장르의 음악을 선택하면서도 대중과는 멀리 있지 않은 그룹이었다.
데뷔 음반 '인스탄트 피그(Instant Pig)'(2004)의 수록곡들은 각종 영화와 CF 배경음악으로 폭넓게 사용되면서 사랑을 받았고, 더불어 클래지콰이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이듬해 출시한 두 번째 앨범 '컬러 유어 솔(Color Your Soul )에서는 변화를 시도하면서 세련된 음악을 추구했고, 마니아 팬들을 확보했다.
◆내츄럴 일렉트로니카로 음악계와 대중을 사로잡아
이번 3집에서는 대중과의 자연스러운 호흡과 음악적인 시도들을 적절히 혼합했다. 너무 딱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마냥 흐물거지지도 않는, 일렉트로닉 음악이나 클래지콰이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즐길수 있는 음반이다.
특히 음반 전체를 감싸고 있는 복고 경향이 그렇다. 몇몇 곡에서 뉴 웨이브(new wave), 신스 팝(synth pop) 계열의 음악과 '합방'으로 7080세대에게는 추억의 소리를 색다르게 맛볼기회를 제공하고, 신세대들에게는 경험은 못했지만 느끼고 싶은 음악을 선사했다.
이 중심이 있는 것이 타이틀곡인 '러버 보이(Lover Boy)'다. 80년대 유행했던 뉴 웨이브의 영향을 받아 옥타브를 넘나드는 베이스 라인과 아르페지오가 특색이 있다는 평. 호란의 지적이면서 섹시한 이중적인 보컬과 알렉스의 목소리가 더해져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노래를 잘 하려고 기계적으로 정확한 소리, 리듬을 잡으려는게 1집이었어요. 이번 3집에는 노래를 하듯이 녹음을 하고 싶었죠. 저희가 드라마틱이나 대단하지는 않지만 좀 더 인간적인 소리를 담으려고, 그런 느낌을 내려고 노력했어요. "(호란)
"저는 이번에는 노래하는 사람 입장에서 느낌이나 살리고 싶었고 그걸 자유롭게 풀어주는 걸 원했어요."(알렉스)
3집이라는 결과물에 대해 DJ클래지의 설명은 명쾌하다.
"음반전체가 복고는 아닌데 몇몇곡에서는 복고 느낌이 나서 그렇게 칭해주시는 거죠. 요새 일렉트로니카가 각광을 받는건 아니잖아요. 1집에는 시부야K, 그루브의 느낌을 담았다면, 2집에는 어쿠스틱, 3집에는 일렉트로니카 느낌을 내면서 90년대 후반이나 90년대 초반에 연주자들과 어울러져있죠."
클래지콰이의 성적은 비단 불황인 가요계라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댄스 or 발라드'로 양분된 한국 가요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랑받는 비주류 장르이기 때문이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선 클래지콰이의 거침없는 진보
이에 대해 DJ클래지는 "어느 나라나 비주류는 힘들죠. 하지만 외국은 비주류가 시장이 어느정도, 최소한 형성이 돼있어요. 우리나라요? 우리나라는 주류도 없죠. 좋아하는 음악이 있어도 인터넷에서 '탁탁' 자판기를 두드리면 '블로그'에 다 깔려있으니깐 거기서 열번이고 백번이고 돌려들으면 되잖잖아요. 그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가슴이 아프다"고 자조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클래지콰이의 시작은 몇 년 전 한 홈페지이(http://www.clazziquai.co.kr)에서부터였다. MP3로만 링크되어 있던 이 신비한 음악은 롤러 코스터(Roller Coaster)와 영국의 자미로콰이(Jamiroquai)를 반반씩 섞어놓은 듯했다. 특히 음악적 느낌이 꽤 이국적인데도 한국어를 구사하는 뮤지션들이였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렇게 뚜렷한 홍보없이도 입과 입을 타고 소문으로 전해지다가 대중 음악계로 들어온 특이한 뮤지션들이 바로 클래지콰이다. 그야말로 비주류에서 주류로 들어선 클래지콰이의 놀라운 성적은 가요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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