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EXID 하니이자 배우 안희연에게 '아이돌'은 참 특별한 드라마다. 시청률로는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가 있었던 드라마였기 때문. 그리고 '아이돌'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배우로서의 성장 역시 이뤄냈다.
안희연은 지난 14일 종영된 JTBC 월화드라마 'IDOL [아이돌 : The Coup]'(이하 '아이돌')에서 데뷔 6년차 코튼캔디 리더 제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코튼캔디는 '망한 아이돌', 즉 '망돌'이라 불리는 걸그룹. 아무도 기억하지도, 찾아주지도 않는다. 소속사에서도 방치한 지 오래. 제나는 어떻게든 코튼캔디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더다.
이 코튼캔디는 안희연이 하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걸그룹 EXID를 떠올리게 한다. 코튼캔디처럼 5인조 걸그룹인 EXID도 처음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한 직캠이 인기를 얻으면서 '역주행의 아이콘'이 됐다.
그렇기에 안희연은 더욱 '아이돌' 출연을 망설였다. 그는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확신이 없었다"라며 "아이돌 드라마들이 참 많지 않나. 제가 알아낸 시간, 겪어낸 시간들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려지는 드라마 속에서 전시되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 프로그램도 많고 장래희망을 아이돌이라고 하는 어린 친구들도 많다. 하지만 드러나는 실상이 많이 없다. 정말 어떤 일을 하고 애환이 있는지"라며 "물론 다른 직업군도 비슷하겠지만, 그릇된 로망을 씌워주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제작진을 만나 그들의 '선한 의도'를 전해 듣고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안희연은 "상업 예술을 하는거라 다 비켜갈 수는 없지만 선한 의도로 시작이 됐고, 그 시간들이 가치 있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안희연은 "'마의 7년'이라고 하는데, 다른 직업보다 끝이라는 것에 유념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타의든 자의든, 생명이 짧으니까 극도의 불안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17살부터 달려왔는데, 그 다음에 대해서는 불안하기만 하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드라마 속 코튼캔디는 결국 해체를 하고 각자의 길을 간다. 그런데 행복하다. 세상에서 말하는 성공을 하지 않지만, 세상에서 얘기하는 실패를 하지만 그들에겐 시작이다. 그 메시지가 위로가 됐다"라며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이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했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내 지난 시간들이 쓰일 수 있다면 가치가 있고 영광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자전적 이야기. 경험했던 상황들과 감정. 그렇기 때문에 제나를 연기하는데 있어서 도움을 받기도, 힘들기도 했다. 제나가 되어 끊임없이 울고 소리치며 감정을 쏟아내야 했던 안희연은 "감정신이 많아서 배우들이 걱정된다는 글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겪었던 거라 걱정하시는 것만큼 힘들지는 않았다"라며 "주사도 맞기 전에는 무서운데, 익숙해지면 괜찮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감정신을 찍을 때 실패를 했다. 눈물이 안 났다. 안 아픈거다"라며 "이제는 산타클로스가 없고 부모님이 선물을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나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어린 아이처럼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어야 하는 것이었다. 큰 마음 먹고 그 때로 돌아가야 했다. 상처가 나면 아프다는 걸 알지만 손가락을 가져다 대야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기까지가 너무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EXID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아이돌'이고 제나였다. 안희연은 "이 드라마를 찍는 동안 '코튼캔디 리더 제나를 연기하는 EXID 하니'라고 저를 소개했다. 팀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못 찍었을 것"이라며 "저는 학교 다닐 때 혼자 다니는 개인주의적인 사람이었다. 팀 생활을 하면서 성격이 진짜 많이 바뀌었다. 함께하는 것이 좋고 우리라는 것이 좋고, 그것이 얼마나 강력하고 아름다운지.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것을 팀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다"라고 EXID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아이돌'은 그런 드라마다.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가치가 전달되면 좋겠다"라며 "EXID처럼 코튼캔디도 각자의 길을 간다. 그럼에도 팀은 유지될 수 있고 한 팀이다"라고 덧붙였다.
"저는 제나이기도 했고 엘이기도 했고 스텔라, 채아, 현지였다. 7년 간 이 생활을 하면서 멤버들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던 내가 제나를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때 정화에게 '언니를 보면서 이유가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라고 하더라. 정화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러고 나니 제가 제나였던 시간들, 이분법적인 좋고 나쁨이 아닌 전체적인 시각에서 예뻐보였다. 그 모든 시간들을 같이 해주는 팀원들이 있다."
안희연이 드라마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은 예전엔 잘 못 봤던 과거 영상을 사랑스럽게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열등의식과 질투심, 부끄럽고 못난 감정들이 제 눈에는 보인다. 그래서 영상들을 못 봤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지난 시간들에 대해, 또 보기 싫었던 것들을 천천히 봐야했다. 그러면서 인정하기 싫은 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나에게 고마운 생각을 하게 됐고, 힐링이 됐다. 그게 제가 얻은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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