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AFC컵 우승해서 챔피언스리그에 가야죠."
지난 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아시아 축구연맹(AFC) 하우스에서는 의미 있는 조추첨이 열렸다. 아시아 클럽대항전인 AFC컵과 챔피언스리그(ACL) 조추첨이 시간 간격을 두고 열렸다.
운이 좋게도 AFC컵 조추첨부터 참관하게 됐다. AFC컵은 ACL의 하위 대회 성격을 지닌다. 아시아 축구 하위권 국가들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서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중앙·동아시아가 나눠 대회를 치른다. 각자 지역의 1위가 토너먼트에 올라 치열하게 싸운다.
지난해 우승팀 에어포스(이라크)는 올해 ACL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획득했다. 본선에 오른다면 그 자체가 대사건이다. PO에서 탈락하면 다시 AFC컵 본선을 치른다. AFC도 장기적으로는 유럽의 챔피언스리그(UCL) 3위 탈락 시 유로파리그(UEL)로 가는 것처럼 AFC컵 우승팀이 ACL 본선으로 가는 등 단계적인 발전을 추진 중이다.
AFC컵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의 참가다. 북한은 지난 2017년부터 축구 수재들만 모았다는 4·25팀이 출전 중이다. 당시 4·25는 기관차와 함께 본선에 올랐고 지역 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실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김유성이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놀라운 성적을 냈다.
올해는 4강 문턱까지 갔지만, 아깝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ACL과 비교해 수준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북한 축구의 저력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올해 조별리그에서 안일범이 5경기 연속골을 넣고 김유성이 총 9골을 넣는 등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AFC컵 우승 상금은 무려 150만 달러(한화 약 16억8천만원)나 된다. AFC는 300만 달러(33억원)까지 증액을 준비 중이다. AFC 관계자는 "150만 달러(한화 약 16억8천만원)면 아마 구단 1년 예산인 곳도 있을 겁니다"며 우승 여부에 구단 운영 수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4·25는 내년 AFC컵에도 출전한다. 이번에는 우승이 목표다. 함께 출전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려명이 조별리그에 오르면 I조에 포함, 페가수스 또는 키치(이상 홍콩), 항웬FC(대만)와 경기한다. 동계 훈련마다 K리그 강원FC, 인천 유나이티드 등과 연습 경기를 치러 익숙한 편이다. 유소년 팀도 대회를 치르러 방남한 바 있다.
조추첨 직후 만났던 김진룡 보도담당관(우리로 치면 홍보팀 과장급)은 "계속해서 실력을 부단히 높여서 ACL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며 큰 그림을 그렸다.
북한 클럽이 ACL에 나서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클럽라이센스 규정을 갖춰야 하고 랭킹포인트도 쌓아야 한다. 북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 담당관은 "4·25는 ACL 참가를 위해 노력 중이다. 국내 리그에서도 4·25가 우승하고 있지만, AFC컵에서도 우승하고 싶다. 내년 우승이 목표다. 그러면 2020년에는 ACL에도 참가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AFC컵 역시 ACL처럼 홈 앤드 어웨이다. 자연스럽게 해외 원정을 치른다. 지역적 제약으로 홍콩, 대만 등에서 치른다. 김 담당관은 "선수들도 노력 중이다. AFC컵 참가를 통해 해외 원정이 습관이 됐고 익숙하다. 우승이 목표인 것은 당연하다. 실무적인 문제는 선수단이 하는 것이지만, 일단 AFC컵에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며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4강을 통과하면 서아시아 팀과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AFC컵에서는 이라크, 시리아 클럽이 강세다. 그는 "일단 결승까지 올라가야 서아시아 팀을 만나게 된다. (4강이 한계였는데) 그것이 축구 아니겠는가. 운이 나빴을 뿐이다"며 웃었다.
함께 조추첨식에 참가했던 려명팀 관계자는 "북과 남이 한 무대에서 붙어보는 것도 좋지 않겠습네까. 4·25도 노력하고 우리 려명도 노력하면 될 것 같다"며 먼 미래 ACL에서 겨루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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