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끝 아니길" 힐만의 바람, 제자들과 함께 이뤘다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오늘 경기가 끝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한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의 바람은 이뤄졌다. 자신이 키워낸 제자들이 플레이오프 마지막 승부를 멋지게 장식했다.

SK는 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승제) 넥센 히어로즈와 5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1-10으로 이겼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6회초 선발투수 김광현이 흔들리면서 3점을 먼저 내줬다. 임병욱에게 2타점 2루타를 내줬고 이어 올라온 김태훈은 폭투를 던졌다. 2루 주자 임병욱이 홈으로 들어오는 것을 지켜만 봤다. 홈에서 0-3으로 끌려가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6회말 장타쇼가 빛을 발했다. 김강민과 한동민이 출루하며 찬스가 만들어졌다. 이어 타석에 선 제이미 로맥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다. 로맥은 넥센 선발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던진 초구 139㎞짜리 슬라이더를 제대로 공략했다. 타구는 쭉쭉 뻗어가 왼쪽 담장 너머로 꽂혔다. 순식간에 균형을 맞추는 동점 3점 홈런이 됐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김동엽이 안타로 1루를 밟았다. 브리검 대신 나온 한현희를 상대로 SK 하위타선은 연속 볼넷을 얻었다. 다시 한 번 2사 만루의 찬스가 만들어졌다.

힐만 SK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포수 허도환 대신 대타 최항을 넣었다. 그는 앞선 4차전까지 딱 한 차례 타석에 들어섰지만 안타없이 물러났다. 초구와 두 번째 공에 최항의 방망이가 연달아 헛돌았다.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하지만 최항은 한현희가 던진 3구째 방망이를 돌렸다.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가 터졌고 베이스에 있던 주자들은 모두 홈을 밟았다. SK는 6회말 6점을 뽑으며 리드를 잡았다.

빅이닝 덕분에 SK는 경기를 편안하게 이끌어갔다. 7회 한 점을 더 추가했다. 그러나 이날 승부는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넥센은 정규이닝 마지막 9회초에 빅이닝으로 맞불을 놨다.

SK는 9-4 리드를 까먹었다. 넥센은 박병호의 극적인 투런포에 힘입어 9회초 5점을 따라붙었다. 9-9가 되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연장 10회초 넥센이 한 점을 내 재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SK는 10회말 거짓말처럼 승부를 다시 뒤집었다. 선두타자 김강민이 솔로포로 10-10을 만들었고 후속타다 한동민이 끝내기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자칫 이날 경기는 힐만 감독의 마지막 경기가 될 뻔 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힐만 감독은 SK 사령탑에서 물러난다. 노령의 모친을 곁에서 모시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일찌감치 결정됐다. 이날 넥센에 졌다면 힐만과 SK의 동행도 그대로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그는 경기 전부터 "오늘 경기가 끝이 아니길 바란다. 모두를 좀 더 보고 싶다"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결국 힐만 감독은 바람을 이뤘다. 그것도 본인이 직접 키워낸 선수들과 함께 만들었다. 이날 맹타를 휘두른 로맥과 최항은 힐만 감독이 상당히 공을 들인 선수였다. 로맥은 지난 시즌 대니 워스를 대신해 한국에 와 SK 유니폼을 입었다.

팬들의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그러나 로맥은 힐만의 믿음 속에 SK를 대표하는 중심타자로 자리잡았다. 로맥만큼은 아니지만 최항도 힐만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SK를 이끌고 있는 또 다른 거포 최정의 동생으로 눈길을 모았지만 기대주로 꼽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가능성을 높게 봤고 최항에게 성장의 기회를 줬다. 이날 경기서도 승부처에서 대타 기용이라는 믿음을 보였다. 최항은 가장 중요한 순간 멋진 안타로 스승의 신뢰에 보답했다.

힐만은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SK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면 힐만은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포스트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최초 감독이 된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가을은 그에게 최고의 계절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