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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취! 러시아]최승범 TSG 위원 "투혼의 정의부터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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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까지 관전하며 분석 예정 "확실한 컨셉트를 세워 가야"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부터 TSG(기술연구그룹)를 가동하고 있다. 네 명으로 구성, 2명씩 2조로 나눠 움직이며 조별리그 모든 경기를 관전했다. 김남표 전임강사, 서동원 고려대 감독, 이경수 숭실대 감독이 최승범 그룹장과 함께 움직이며 월드컵의 경향을 파악 중이다.

워낙 많이 움직이다 보니 소재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중 대학 감독인 서동원(고려대), 이경수(숭실대) 위원은 조별리그 후 국내로 귀국했다. 전임강사인 김 위원과 최 위원이 남아 서로 찢어져 다니고 있다.

과거 럭키금성에서 짧게 축구 생활을 하고 중국 옌볜에서 선수 생활을 한 뒤 일본에서 10년 정도 지도자 생활을 했던 최승범(46) 위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최 위원을 두고 축구인들은 '먼지 같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워낙 드러나지 않는 일을 해서 붙여진 수식어라고 한다.

최 위원은 이번 월드컵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향후 대한축구협회에 보고서로 정리를 하겠지만, 16강까지의 경향을 두고 최 위원은 "기본적으로는 예선은 약, 강팀이 두드러지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이란, 호주 등이 수비 지향적이면서도 세트피스 등을 철저하게 준비했다. 좋은 팀은 많이 노출되지 않은가. 전략적 대응이 많이 보이더라. 또, 자신들의 축구에 대해 명확한 컨셉트로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독일을 비롯해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 우승 후보가 조별리그 통과는 물론 16강에서 대회를 마감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최 위원은 "스타를 보유하고도 고전한 이유는 일차적인 수비가 부족해서다. 공격부터 수비를 해주지 않으니 후방에서 버티지 못하더라"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크로아티아전이 가장 좋은 예다. 이 경기를 관전했다는 최 위원은 "아르헨티나가 0-3으로 지지 않았는가. 크로아티아가 인상적이더라. 지역마다 철저했다. 그냥 수비하지 않고 공격적인 수비를 하더라. 그냥 지역을 지키지 않고 쟁취하려고 하더라. 도전적이고 전방으로 가서 볼을 뺏어오더라. 강하고 터프한 경기였고 매력적이더라. 반면,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많더라. 공격 1선은 수비를 하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메시가 없었다면 16강 진출 자체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공간을 하지 않는 아이슬란드에 막혔고 나이지리아와는 접전이었다. 크로아티아에는 메시가 가려지면서 완패였다.

감독의 철학과 스타 선수들이 팀플레이에 녹아야 성공한다는 것이 최 위원의 판단이다. 그는 "스타급 선수가 모인 팀들도 감독의 철학과 능력이 확실해야 하더라. 메시는 볼을 오는 것만 보다가 경기가 끝났다. 클럽과는 활용도가 매우 달랐다"고 평가했다. 8강까지 간 팀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수비를 견고하게 하면서도 공격 지향적인 수비를 하더라"고 말했다. 소극적이지 않고 볼을 뺏기 위해 2~3명이 달려들어 상대의 기를 죽인다는 것이다.

한국의 3경기는 어땠을까, 두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고 한 경기는 TV로 지켜봤다는 최 위원은 대표팀 기준이 아닌 '한국 축구 전체'로 범위를 넓힌 뒤 "한국은 청소년도 그렇고 성인팀들도 지키는 수비에 급급한 것 가다. 강하고 터프한 것이 없다. 하지 않았던 것을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불필요한 파울도 많았다. 과거에는 슬라이딩, 태클 등 도전적인 수비를 훈련을 통해 익혀서 상대와 맞섰는데 요즘은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확실한 특징이 있는 축구도 필요하다. 최 위원은 "잉글랜드-파나마전을 봤는데 지루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일관되게 플랫3 수비를 앞세웠고 8강까지도 그대로 이어가더라. 만든 전략은 가져가고 전술적으로 변화를 주더라. 반면, 우리는 사견이지만 큰 전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너무 상대에 맞추는 것 같더라. 축구도 가야 하는 방향이 있다면 확실하게 밀고 나간 다음을 중요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가 '투혼'이다. 하지만, 투혼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무작정 뛰고 상대의 다리를 부러트릴 정도의 거친 수비는 지양해야 한다.

최 위원도 마찬가지, 그는 "투혼에 대한 개념 자체가 세부적이지 않다. 우리의 투혼을 서양에서는 '위닝 멘탈리티'라 하지 않는가. 90분 동안 포기하지는 집념, 120분 동안 평점심을 유지하며 상대와 맞서는 것 등이 필요하다. 상대의 뒷다리를 가격해서 얻어내는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강한 압박 속에서 주고받고 치고 달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축구협회가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굵직한 대회마다 TSG를 가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겉핥기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이번 TSG는 월드컵 전체는 물론 내년 1월 아시안컵과 타 대륙 대회도 처음부터 끝까지 관전하며 분석을 할 예정이다. 최 위원은 축구협회 전임 강사이면서도 아시아 축구연맹(AFC)에서도 TSG를 맡고 있다.

전임강사 10년 동안 TSG로 처음 월드컵을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관전한다는 최 위원은 "홍명보 전무와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10년의 전임강사 동안 월드컵 관전은 처음이다. 지난 1월 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도 있어 봤다. 이번에 배운 것을 토대로 전임지도자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4년 뒤는 2022 카타르월드컵이다. 최 위원은 "우리도 준비만 제대로 하면 경쟁력이 있다. 우리 시스템은 나쁘지 않다. 다만, 세부적인 것이 다소 떨어진다. 운용 인력만 제대로 가동이 된다면 선수 육성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 매번 성인대표팀 감독이 바뀌면 새로운 판을 짜자고 하는데 우리가 쌓은 역사만 제대로 활용해도 어느 정도는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4년 동안 흐트러짐 없이 한국적인 스타일이 구축되기 전까지 믿어 달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더 음지에서 헌신하겠다는 것이 최 위원의 마음이다.

※우다취( Удачи)는 행운 또는 성공을 바란다는 러시아어입니다.

조이뉴스24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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