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제3의 골키퍼였던 조현우(27, 대구FC)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수문장으로 거듭났다.
조현우는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경기를 모두 책임졌다. 3경기 풀타임에 3실점이었지만, 2실점은 페널티킥이었다. 1실점도 과정을 들여다보면 내주지 않아도 됐을 골이다.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파울을 한 멕시코의 비신사적인 행위가 비디오 분석(VAR)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역습에서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게 실점했다.
에르난데스의 슈팅을 정확하게 봤던 조현우는 각을 잡았다. 그러나 에르난데스의 슈팅 타이밍이 좀 더 빨랐다. 그래도 방향을 읽었다는 그 자체는 만점이었다. K리그 클래식에서 충분히 보여줬던 장면을 온 국민이 보는 월드컵에서 그대로 보여주며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사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수문장은 확실한 주전 골키퍼가 없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경험이 있는 김승규(28, 빗셀 고베)가 좀 더 앞서갔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것도 아니다.
다만, 조현우가 스웨덴전 대비용이었던 지난 11일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에 출전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결국, 스웨덴전에 출전하면서 조현우가 주전 골키퍼로 낙점받았다. 긴 팔에 빠른 순발력과 공중볼 소유 능력은 일품이었다.
조현우는 "경기가 끝나고 16강에 오른다고 생각했는데 실패해서 아쉬웠다. 포기가 아니라 앞으로 더 나가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어 "앞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줘서 막는 것이 가능하다. 11명은 밖의 선수들까지 모두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조현우의 등장으로 한국은 10년 정도는 뒷문 걱정 없이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규와 김진현(31, 세레소 오사카)과 경쟁 체제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또, 송범근(21, 전북 현대), 강현무(23, 포항 스틸러스) 등 어린 골키퍼들도 차기 대표팀 수문장을 노리고 있다.
그는 "김승규, 김진현이 나갔어도 저 이상으로 잘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기회가 있으면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여줬다.
스웨덴전 선전 직후 화제가 되면서 가족들도 주목을 받았다.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찾아가서 악성 댓글을 다는 등 일을 크게 만들었다.
하지만, 조현우는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도 아내에게 말했더니 '당당하게 하라'더라.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동료들이 몸을 날리며 막더라. 내가 잘한 게 아니라 국민이 막아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현우는 K리그 클래식 하위권 시민구단인 대구FC 소속이다. 대구 최초의 월드컵 출전자다. 그는 "(구단이) 저 하나만 믿고 응원했다. 변함없는 사랑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열심히 뛰면서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이뉴스24 /카잔(러시아)=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