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우승]'대기록' 이동국 "올해 은퇴도 가능"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내년은 아직 잘 모르겠다. 올해 은퇴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개인 통산 200호골을 넣으며 전북 현대의 통산 5회 우승을 이끈 '라이언킹' 이동국(38)의 머릿속은 복잡한 모양이다.

이동국은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A(1~6위) 36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2-0으로 앞서던 후반 33분 머리로 골을 넣으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동시에 200호골을 넣으며 K리그 기록 역사를 새로 썼다. 2009, 2011, 2014, 2015, 2017년 우승도 함께 했다.

"선수들 모두 후반에 실점하지 말자고 했다. 후반에 빨리 선제골을 넣은 뒤에는 우승에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했다"며 5회 우승에 대한 확신을 했다는 이동국은 "시즌 우승마다 쉽지 않았다. 고비가 있었고 잘 넘겼다. 올해는 두 경기 남기고 우승했다. K리그에 만만한 팀이 한 팀도 없다. 우승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70(골)-70(도움) 클럽에 가입하고 200호골까지 넣는 등 힘을 낸 비결은 팬들이었다. 그래서 골을 넣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가 보여줬던 유니폼 상의를 들어 등번호와 이름을 보이게 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2009년에 전북을 택했고 입단하고 난 뒤 팬들이 열정적인 지지를 해줘서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했다. 팬들에게 제 이름을 다시 한번 알리고 싶었다"며 세리머니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메시나 호날두가 하니 조금 건방져 보이더라"며 웃은 뒤 "골을 넣는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국에서 첫 번째 기록이라 베테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스스로 기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록은 깨지게 마련이라 의식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는 이동국은 "기록에 근접할수록 달성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기록 달성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는 않았다. 홈에서 골을 넣고 우승을 확정지으면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했는데 이뤄졌다. 고마울 따름이다"고 답했다.

이동국은 올해로 전북과 계약이 만료된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계속 뛰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재계약 문제는 아직 모르겠다. 내년을 바라보기에는 아직 두 경기가 남았다. 늘 머릿속에는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입장을 내놓아야 할지는 모르겠다. 아직 내년은 내게 먼 시간이라고 본다"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시즌 초 부상으로 많이 나오지 못해서 출전 시간이 적었다. 목표치나 개인 기록에 도달하지 못해서 조급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여름이 오기 전에 올해가 마지막 시즌인가 싶었다. 힘든 한 해였다. 내게 온 기회들을 후회 없이 보여주고 여름이 지나서 내 입장을 밝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컨디션이 올라오고 골도 넣어서 팀 우승에 도움이 됐다. 몸만 풀다가 벤치로 돌아갔던 기억들이 있어서 심적으로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며 복잡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또, "내가 오래 뛰면 한국 축구에 미래가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빨리 은퇴해야 하나 싶다. 내년은 아직 긴 시간이라 생각해.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올해 은퇴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시즌이 끝난 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