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기억상실과 오열만 반복하다가 한 회가 끝나버렸다.
지난 3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 3회에서는 박정우 검사(지성)이 "난 기억이 안 난다"며 좌절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슬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1,2회에서 수차례 반복됐던 장면들이다. 더 전개된 부분은 거의 없어 재방송인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피고인'은 3회까지 에이스 검사에서 가족을 죽이고 사형수가 된 박정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박정우는 가족을 끔찍하게 사랑했지만 정작 자신이 왜 살인을 했는지 어떻게 살인을 했는지 그날의 기억을 완전히 잃었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전개가 답답하다.
'피고인'은 차민호(엄기준)의 악행과 악연을 제외하면 박정우의 처절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감정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과거 회상신을 통해 그가 얼마나 아내와 딸을 사랑했는지 보여줬다. 문제는 이미 충분히 공감할 만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반복해서 보여주느라 전개가 더뎌졌다.
박정우가 기억이 나지 않아 답답해 하는 모습도 차고 넘치도록 보여줬다. 이미 1회에서 박정우가 탈옥하는 모습이 그려졌던 상황에서 감옥 안에서 반복재생되는 이야기는 피로감을 줬다. 그의 감정에만 집중하는 사이 인물들간의 갈등도 자취를 감춰 긴장감마저 떨어졌다.
3회에서 진전이라면 박정우가 자신이 기억을 계속해서 잃는 것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다.
지성은 박정우의 처절한 심정을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갓지성'이란 극찬을 받고 있다. 초점을 잃은 눈빛부터 오열에 이르기까지 그의 연기는 몰입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피고인'은 별다른 스토리 전개 없이 그의 연기에만 너무 기대는 모양새다.
빠른 전개라고 해서 일사천리로 사건과 갈등이 해결돼야 하는 게 아니다. 기억의 퍼즐을 하나씩 맞추고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줄 수 있는 흥미 요소들이 존재한다. 다만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이야기들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좀 더 풍부한 이야기들을 치밀하게 엮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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