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수원 삼성 주장 염기훈은 고달픈 한 해를 보냈다. 팬들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믿어 달라고 호소도 해보고 달래도 봤다. K리그 클래식 성적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만한 7위였기 때문이다.
최악의 순간엔 11위까지 미끄러져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에 패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그래서 FA컵 우승은 절실했고 기어이 해냈다. 최우수선수상(MVP)까지 받으며 반전에 성공했다.
염기훈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연장 120분은 물론 승부차기까지 나서는 투혼을 발휘했다. 1차전 2-1 승리를 지키지 못하고 2차전에서 1-2로 패해 3-3 동률이 됐고 승부차기에서 10-9로 이기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염기훈은 "힘들었지만, 서울보다 간절했고 우승했다. 기쁘게 생각했다. MVP는 받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홍)철이가 받고 (군대에) 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선수대기실에서 왜 자신에게 주지 않느냐고 하더라. 2010년 우승 당시에도 MVP를 받았었다. 우승까지 오래 걸렸고 MVP를 받아서 정말 좋다"라고 감격을 표현했다.
발목 부상으로 애를 먹었던 염기훈이다. 수원 공격의 중요한 루트 중 하나가 염기훈의 왼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고 치른 포항 스틸러스와의 첫 경기를 약을 먹고 뛰었다. 2-2 비긴 뒤 정말 발목이 아파서 결단을 내렸다. 감독님께 4일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겠다고 했다. 쉬고 나니까 통증이 많이 없어져서 컨디션 올리기에 도움이 됐다"라며 한 번의 결단이 우승이라는 선물로 왔음을 강조했다.
힘든 한 해였던 것을 잘 알고 있는 염기훈이다. 그는 우승이 결정되던 순간을 되짚으며 "힘든 기억이 나서 울컥했다. 팬들에게 비난도 받았다. 팬들이 속상하다는 것을 얼마나 크게 느꼈냐면 경기를 하는데 우리가 아닌 원정팀을 응원해줬다. 우리가 이겼어도 상대에 환호하더라. 수원에 온 뒤 처음 느낀 상황이라 더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팬심 돌리기에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승부차기 연습은 했을까, 그는 "선수들에게도 져도 된다고 했다. 경기 전날 승부차기 연습을 했었다. 차던 방향 그대로 밀고 나가라고 했다. 그래서 막히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항상 차던 곳으로 하라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했다. (조)원희의 킥 순간 깜짝 놀랐는데 그 골이 들어가고 이겼다고 생각했고 운이 우리에게 왔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재미있게도 2010년 우승 당시 상대팀 사령탑이 황선홍 감독이었다. 황 감독을 상대로 또 한 번 우승을 한 것이다. 염기훈은 "어쩌다가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참 묘하다"라며 승부의 세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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