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아시아 정복을 위한 전쟁에 전주성도 뜨겁게 달아 올랐다.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전북 현대-알 아인(UAE)전은 경기 시작 세 시간 전인 오후 4시부터 관중석이 개방됐다. 전북이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상황이라 팬들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었고 전북 구단은 기존 개문 시각을 1시간 정도 앞당겼다. 이미 경기 전날부터 주차장 관리에 나서는 등 관중 편의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전북 팬들은 남측 관중석 하단 알 아인 팬 구역과 2층을 제외한 모든 곳에 전북을 상징하는 녹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는 카드섹션을 배치했다. 2011년 알 사드(카타르)와의 결승전 당시에도 같은 카드섹션 물결이 경기장을 수놓아 찬사를 받은 바 있다.
2011년처럼 4만명이 넘는 관중도 기대해볼 만했지만 이날은 3만5천명만 와도 성공적이었다.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으로 주말을 맞아 전국적으로 집회가 열렸고 전주도 도심에서 1만명이 모이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비가 내린 뒤에다가 안개까지 짙게 끼어 날씨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관중석은 서서히 메워졌고 본부석 1층과 동편 관중석 1, 2층, 북측 1층은 관중으로 빼곡했다. 남측 관중석에는 완충지대를 사이에 두고 전북 팬과 알 아인 팬이 응원전을 쳘쳤다.
알 아인 팬들은 선수단과 전세기에 함께 탑승한 팬부터 국내 거주민까지 약 500명이 남쪽 관중석 오른쪽 구석에서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었던 이명주의 팬들도 포항 유니폼을 입고 알 아인 팬 구역에 합세해 라이벌 전북의 패배를 기원(?)했다.
알 아인 유니폼을 구매해 입고 오는 정성을 들인 국내 팬들도 일부 있었다. 이 팬은 "전북이 K리그 클래식에서 심판 매수로 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알 아인을 응원하려고 왔다.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응원으로 보여주겠다"라고 전했다.
선수들이 입장하자 북쪽 관중석에서는 전주성과 챔피언이라고 새겨진 머플러를 든 팬을 형상화 한 현수막 두 개가 동시에 들어 올려졌다. '여기는 전주성이다. 적에게 자비란 없다'라는, 평소 전북 팬들의 이념이 그대로 담긴 것이었다.
관중석 구석에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도 자리하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권순태, 김신욱, 김보경, 김창수, 이재성, 최철순 등 전북 6인방을 대표로 선발한 바 있다.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전 첼시 감독도 찾았다.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이번달 상하이 상강과 계약을 맺었다. 상강이 시즌을 3위로 종료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된다. 전북의 전력을 미리 보기 위함으로 보였다. 이동국의 아들 대박이와 설아-수아 쌍둥이 자매도 경기장을 찾아 관중들의 인기를 얻었다.
응원전은 뜨거웠다. 전북은 구단 응원가로 온 경기장을 수놓았다. 알 아인 팬들은 중동 특유의 주문(?)을 외우는 응원으로 전북의 힘을 빼는데 주력했다. 전반 내내 골이 터지지 않았지만 축제를 즐기는 함성은 계속됐다.
힘을 잃지 않은 전북 팬들의 응원 덕분인지, 전북은 후반 18분 알 아인에게 선제골을 내주고도 24분 레오나드로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경기 분위기는 달아 올랐고 전 관중이 일어나서 응원하는 '오오렐레' 응원전은 장관이었다. 32분 레오나르도의 페널티킥 역전골이 터져나오자 경기장은 광란의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축제를 제대로 즐긴 3만6천158명의 관중들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