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다시 그림자가 되어야죠."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야구대표팀은 지난해 쾌거를 올렸다. 11월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2015 프리미어12'에서 대회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야구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꼽은 이는 적었다. 하지만 '김인식호'는 이런 예상을 뒤엎고 우승을 노리던 일본, 미국 등을 모두 제치고 정상에 섰다.
1년 뒤 '김인식호'는 다시 함께 뭉칠 준비를 하고 있다.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그 무대다.
◆전력분석은 이미 스타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김인식 감독에게 2017 WBC에 나서는 야구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맡겼다. 김인식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가 선임됐고 대표팀 선발 후보 1차 명단이 발표됐다.
이와 동시에 야구대표팀을 지원하는 전력분석팀도 재가동됐다. 전력분석팀도 '2015 프리미어 12' 초대 우승에 힘을 보탰다. 당시 전력분석팀장을 맡았던 김시진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현 KBO 경기위원)도 다시 한 번 전력분석팀장 임무를 맡았다.
김시진 전력분석팀장은 "이제 다시 바빠질 때"라고 했다. 전력분석팀은 한국이 WBC 본선 1라운드에서 만나는 상대팀 파악을 위해 미리 움직였다.
한국은 2017 WBC에서 대만, 네덜란드, 이스라엘과 함께 B조에 속했다. 본선 1라운드 B조 경기는 국내에서 열린다. WBSC는 지난 8월 2일 본선 1라운드 A~D조 개최지를 확정, 발표했다.
한국은 내년 3월 7일부터 10일까지 고척 스카이돔에서 조별리그를 치른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WBC 예선라운드를 거친 이스라엘에 대해 어떤 선수가 참가했는지 로스터와 경기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메이저리그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많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미국에는 유태계 선수들이 많다"며 "이스라엘대표팀은 이 선수들을 주축으로 구성됐다"고 전했다. 전력분석에서 기초공사는 자료수집이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2015 프리미어12'에서 상대팀 정보의 중요성을 직접 느꼈다. 그는 "가능한 만큼 끌어모아야 한다"고 웃었다. 영상, 관련 리포트,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고 작성한 보고서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다룰 수 없다.
자료수집의 다음 과정이 분류와 분석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재가공하고 필요한 부분을 추출해야 한다.
◆2013 WBC 실패 반복하지 않는다
'김인식호'가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팀은 만만치 않다. 국제대회에서 늘 한국과 접전을 벌인 대만도 그렇지만 네덜란드도 껄끄러운 상대다.
네덜란드는 4년 전 WBC에 나섰던 한국대표팀에 아픈 경험을 안긴 팀이다. 한국은 당시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본선 1라운드에서 대만, 호주, 네덜란드와 함께 B조에 속했다.
본선 2라운드 진출이 당연하다고 여겼지만 한국은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마주쳤다. 한국은 대만, 네덜란드와 2승 1패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 규정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한국을 제치고 조 2위로 2라운드에 진출한 팀이 바로 네덜란드다,
한국은 조별리그 첫 경기 상대로 네덜란드를 만났는데 0-5로 졌다. 이 때 패배가 결국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당시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을 맡고 있을 때라 지금처럼 대표팀 지원업무를 맡고 있지 않았지만 당시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네덜란드도 이스라엘과 비슷하게 선수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네덜란드도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 뿐 아니라 '해외파', 즉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다수 포함될 전망이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중남미 지역에는 옛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나라가 꽤 된다. 이 곳 출신 선수들이 다수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뛰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선수구성이 지역예선과 비교해 본선에서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미국에서 뛰고 있는 유태계 선수들이 대거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더 꼼꼼하게 살펴보는게 첫번째 일"이라고 했다.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다.
한국, 대만과 달리 두 팀은 선수 선발에 있어서 가용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이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발품을 팔아서라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수밖에 없다. 전력분석팀이 최선을 다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림자 역할, 음지에서 도움 줘야
김 전력분석팀장은 오는 11일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김인식 감독 외에 이순철(SBS 야구해설위원) 송진우(KBS N 스포츠 야구해설위원) 코치, 김 전력분석팀장과 팀원 2명도 함께 출국한다.
일본 대표팀이 WBC 준비를 위해 도쿄돔에서 멕시코, 네덜란드와 평가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한국이 본선 1라운드에서 만나는 상대다. 일본, 멕시코 등도 본선 2라운드에 올라가면 언제든 맞대결을 할 수 있다. 전력분석을 위한 좋은 기회다.
그런데 일본의 견제가 상당하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전력분석원이 앉는 자리를 두고 벌써부터 딴지를 건다"며 "아무래도 지난해 치른 프리미어12 결과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웃었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린 프리미어12에서 당연히 우승을 노렸다. 개막전에서 한국을 꺾고 순조롭게 출발했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한국에게 덜미를 잡혔다. 리드하고 있던 경기를 놓치고 역전패를 당했다.
김 팀장은 단순한 선수 정보 파악이나 팀 전력분석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선수별 맞춤 정보라고 보면 된다. 투수들에게 상대팀 타자, 타자에게는 상대팀 투수 정보가 전달된다"고 했다. 정보를 수집한 뒤 체계적으로 이를 분류하고 재가공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1차 전력분석이 끝나는 시점은 내년 1월로 잡았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대표팀 1차 소집명단이 확정되고 여기에 선발된 선수들에게 맞춤혐 전력분석 보고서를 전달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KBO리그 10개 구단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1월 중순부터 일제히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그래서 늦어도 1월 초까지는 대만, 네덜란드, 이스라엘에 대한 분석이 어느 정도는 끝나야 하고 1차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 각 소속구단 스프링캠프에서 편안하게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현재로선 가장 우선"이라고 했다. 종이에 프린트된 분석 보고서 뿐 아니라 태블릿 PC도 활용할 예정이다. 그는 "해당 선수의 동영상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력분석팀장은 "전력분석은 뒤에서 팀을 받치는 역할"이라며 "경기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다. 팀이 승리를 거두고 선수들의 플레이에 도움을 줄 여러 부분 중 하나를 전력분석이 담당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WBC 본선 1라운드까지 남아있는 시간은 4개월여밖에 되지 않는다. 대표팀의 눈과 귀가 되는 전력분석팀은 이미 예열을 끝내고 시동을 걸었다. 한국은 지난 2006년 1회 대회 3위에 이어 2009년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2017 WBC는 앞선 3회대회 1라운드 탈락의 아쉬움을 풀 수 있는 자리다. 김인식 감독에게도 다시 한 번 도전의 기회가 칮아왔다. 한국은 2009년 WBC 결승에서 일본에 3-5 패배를 당했다. 김 감독은 '2015 프리미어12'에 이어 국제대회 2연속 우승 도전에 당당히 첫발을 뗐다. 전력분석팀은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밑거름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한편, WBSC는 지난 8월 2일 본선 1라운드 A~D조 개최지를 발표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A, B조 경기가 각각 열리는데 B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된다. A조 경기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다.
본선 2라운드에 진출한 팀은 E, F조로 나눠 묶인다. 같은 달 12일부터 15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E조, 14일부터 18일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팻코 파크에서 F조 경기가 각각 열린다. 대회 준결승과 결승전은 20∼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7 WBC 본선 1라운드 조 편성
▲A조 : 일본, 쿠바, 중국, 호주 ▲B조 : 한국, 대만, 네덜란드, 이스라엘 ▲C조 : 미국, 캐나다, 도미니카공화국, 콜롬비아 ▲D조 :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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