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미세먼지로 흐린 인천축구전용구장의 분위기는 스산했다. K리그 클래식 잔류 희망을 이어가야 하는 인천 유나이티드-수원FC의 처절한 마지막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천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스플릿 그룹B(7~12위) 38라운드 수원FC와의 최종전을 치렀다.
경기 전까지 인천은 승점 42점으로 11위였다. 성남FC(43점, +47)와 포항 스틸러스(43점, +42)가 같은 시각 맞대결을 벌이기 때문에 인천은 이기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공식을 풀어야 했다. 인천이 이겨 승점 3점을 보태면 성남과 포항 둘 중 한 팀은 무조건 제치고 10위로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기형 감독대행 체제에서 8경기 5승 3무의 무서운 기세를 이어오던 인천은 37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2-3으로 패하며 위기에 몰렸다. 11위로 최종 마무리를 하게 된다면 챌린지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 PO를 치러야 하는데 살아 남는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 강원FC, 2014년 경남FC, 2015년 부산 아이파크 등 클래식 팀들이 챌린지의 상주 상무, 광주FC, 수원FC의 기세에 밀려 줄줄이 강등되는 아픔을 맛봤다. 한 번 챌리지로 강등되면 클래식 복귀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인천은 무조건 잔류 확정을 위해 올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기형 대행은 골키퍼를 주전 조수혁 대신 이태희를 내세웠다. 이 대행은 "(조)수혁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내세웠다. 잘 해주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케빈과 진성욱이 경고 누적으로 이날 최종전에 나서지 못해 시즌 내내 벤치를 지켰던 벨코스키로 승부수를 던졌다.
경기가 시작됐고, 기적을 노리는 수원FC의 강한 저항에 골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수원FC 이창근 골키퍼의 선방까지 계속되며 인천의 속은 타들어갔다.
같은 시각, 포항이 성남을 1-0으로 이기고 있었다. 인천이 골만 넣고 이긴다면 성남이 승강 PO로 밀리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인천은 무조건 강하게 압박을 하며 승리에 필요한 골을 넣을 필요가 있었다. 이 대행은 후반 16분 김대중, 22분 박종진을 넣으며 중앙과 측면 공격의 속도를 높여 골을 노렸다.
결국 인천의 수가 통했다. 후반 30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권완규가 낮게 패스를 했고 김용환이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1-0 리드를 만들었다. 정말 귀중한 골이었다. 그렇게나 막혔던 인천의 공격이 한 번에 풀린 것이다.
이 한 골을 끝까지 지켜 인천은 1-0으로 이겼다. 성남도 그대로 포항에게 0-1로 졌다. 김용환이 잔류를 성공시킨 영웅이 되면서 인천은 마지막 순간 웃을 수 있었다. 김도훈 감독의 중도 사임으로 이기형 대행체제로 바뀐 뒤 얻어낸 짜릿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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