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FC서울은 당연한 승리, 부천FC 1995는 또 한 번의 기적을 원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서울-부천의 FA컵 4강전이 열린다. 프로-아마추어를 통틀어 최강팀을 가리는 대회, 결승으로 만난 길목에서 만난 두 팀이다. 2차전은 없다. 단판으로 승부를 가린다.
4강 대진은 서울-부천, 울산 현대-수원 삼성이다. 둘 다 재미있는 싸움이다. 특히 서울-부천전에 시선이 간다. 클래식 강호 서울과 챌린지(2부리그) 부천의 만남 자체로도 흥미롭다. 이기면 본전인 서울, 져도 자랑스러운 부천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천의 FA컵 행보를 보면 서울을 이기지 말란 법도 없다. 부천은 32강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2-0으로 꺾고 16강에 오르며 이변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3부리그격인 내셔널리그 경주시민축구단을 3-1로 완파했다.
8강에서 만난 상대는 클래식 최강 전북 현대였다. 당시 전북은 김신욱-로페즈-이재성-권순태 등 1군 멤버들을 모두 선발로 내세웠다. 후반 교체 카드도 레오나르도-김보경-이종호 등 클래식 팀들도 두려워하는 자원이었다.
그러나 부천은 담대한 도전정신으로 버텼고 0-1로 지고 있던 전반 37분 이효균의 골을 시작으로 내리 두 골을 더 넣으며 3-2로 승리했다. 전북의 클래식 무패행진이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34라운드에서 멈추기 전까지 올 시즌 패했던 국내 팀은 부천이 유일했다.
클래식(1부리그) 소속이 아닌 팀이 FA컵 4강에 오른 것은 2005년 울산 현대미포조선, 인천 한국철도와 2006, 2008년 고양 국민은행 정도다. 절대 쉬운 무대가 아니다. 우승팀에게는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면서 클래식 팀들이 FA컵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부천은 결승행을 꿈꾸고 있다. 2006년 부천 SK가 제주 유나이티드로 연고지를 이전한 뒤 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시민구단이라는 자부심을 앞세워 똘똘 뭉쳤다. 서울과의 4강전 응원을 위해 다수 부천 팬들은 휴가까지 냈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한다.
서울은 부천의 도전을 적당히 상대할 생각이 없다. 전북과의 클래식 우승 경쟁으로 바쁘지만 부천을 이기기 위해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 등이 모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우승팀이라는 자존심도 세워야 한다.
단판 승부의 귀재 황선홍 감독의 존재는 서울에 큰 힘이다. 황 감독은 2010년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 시절 결승까지 올라가 수원 삼성에 패하며 준우승을 한 바 있다. 포항 지휘봉을 잡고 있던 2012, 2013년에는 2년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FA컵과 인연이 상당한 셈이다. 최근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 황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재미있는 승부가 예상된다.
울산과 수원은 서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클래식에서 3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승점 차가 6점이나 벌어져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이 멀어지고 있는 울산은 FA컵을 잡아 아시아 무대에 나간다는 각오다. 클래식 3위의 경우 플레이오프를 치러 챔피언스리그 본선행 여부를 가리기 때문에 FA컵 우승이 훨씬 낫다.
울산은 윤정환 감독의 행보로 어수선하다. 일본 J2리그(2부리그) 세레소 오사카 영입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중국 갑급리그(2부리그) 베이징 쿵구도 윤 감독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감독의 거취 문제는 선수단과의 융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윤 감독은 FA컵 승리로 지도력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FA컵 우승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도 의욕에 불을 댕긴다. 멘디, 이정협 등 골잡이들이 많다는 것도 울산의 장점이다.
수원은 결승 진출로 팬심을 달랜다는 계획이다. 클래식 성적 부진으로 스플릿 그룹B(7~12위)로 내려간 뒤 수원팬들의 눈길은 싸늘해졌다. 경기장에 '야망없는 프런트, 코치, 선수는 당장 나가라.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해왔다'라는 문구의 비판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울산에 대한 복수심도 가득하다. 지난 7월 2일 수원은 울산 원정에서 1-2로 허망한 역전패를 당한 뒤 팬들이 구단 버스를 가로막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치욕을 씻기 위해 최근 골 감각이 좋은 조나탄, 권창훈 등 가용 자원을 모두 내보내 반드시 이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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