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22일 잠실구장. kt 위즈와 홈경기를 치르는 두산 베어스는 경기 중반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안방에서 화끈하게 승리하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어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치 않은 듯했다.
초반부터 상대 선발투수 주권의 투구에 말렸다. 좀처럼 찬스를 만들지 못했고, 어쩌다가 주자가 나가면 진루가 쉽지 않았다. 5회말 종료 후 클리닝타임 때까지 스코어는 0-0. 급기야 kt에 선취점을 빼앗기면서 잠실구장 홈 응원석이 있는 1루 스탠드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6회초 유한준의 볼넷, 윤요섭의 좌전안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오정복이 두산 선발 장원준으로부터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1-0. 경기장을 찾은 박정원 구단주(두산그룹 회장) 등 그룹 고위 관계자들의 표정에 안타까움이 드리워졌다.
같은 시각 대전에서 열리는 한화전에서 NC가 패하더라도 두산의 우승은 결정되지만 안방에서 승리해야 분위기가 살고 그림이 좋아지는 건 당연하다. 어떻게든 경기를 뒤집어야 하는 부담 속에서 두산의 저력이 6회말 나타났다.
올 시즌 내내 두산 타선을 이끈 '4인방' 중 한 명인 오재일의 방망이가 가장 필요할 때 불을 뿜었다. 선두타자 국해성이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열자 좌타석의 오재일은 주권의 초구 119㎞ 바깥쪽 높은 체인지업을 통타했다. 강렬한 파열음을 내면서 하늘로 솟구친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향해 날아간 뒤 외야 스탠드에 곡사포처럼 꽂혔다. 역전 투런포.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고, 두산 덕아웃의 선수들은 저마다 두 팔을 치켜들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큰 것 한 방으로 모멘텀을 가져간 두산은 내친김에 추가점까지 올렸다.
김재환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양의지는 바뀐 투수 고영표로부터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가며 무사 1,2루. 대타 민병헌이 유격수 병살타에 그쳤지만 2사 3루에서 오재원의 기습번트를 상대 3루수 김연훈이 실책하는 사이 김재환까지 홈을 밟았다.
두산의 역전 뒤에는 선발 장원준의 호투가 뒷받침 됐다. 시즌 14승 상태에서 3번이나 승리추가에 실패한 그는 이날 이름값에 걸맞은 투구로 15승 고지를 마침내 밟았다. 6이닝 동안 111개를 던지는 역투 속에 8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삼진 8개를 솎아내는 동안 볼넷은 1개만 내줬다.
두산이 6회말 경기를 뒤집고, 장원준의 뒤를 이은 불펜이 리드를 착실히 막으면서 그는 니퍼트(21승), 보우덴(17승), 유희관(15승)에 이어 '15승 쿼텟'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 시즌 4명의 15승 투수가 한 구단에서 배출된 건 올해 두산이 처음이다.
드라마틱한 역전포와 마침내 완성된 '15승 4인방', 잡아야 하는 경기,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가장 중요할 때 재차 보여준 두산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