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21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에는 8명의 특별한 선수가 있다. 이른바 '판타스틱 포'로 불리는 마운드의 15승 투수 4인방 니퍼트·보우덴·유희관·장원준과 타선의 '사총사' 김재환·오재일·박건우·에반스다. 합쳐서 '엘리트 에이트(Elite Eight)'다.
마운드에 솟은 4개의 '거봉'은 시즌 내내 팀을 지탱해준 힘이었다. 4명의 선발투수가 로테이션을 철통같이 지키면서 '승리 따내기 경쟁'을 펼치니 팀이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이른바 '선발야구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준 한 해였다.
니퍼트(21승)·보우덴(17승)·유희관(15승)·장원준(14승)은 팀이 지금까지 거둔 90승의 76%인 68승을 합작했다. 다승 부문 1위∼공동3위로 상위권을 석권하고 있다. 더 주목할 부분은 투구이닝. 4명 모두 160이닝 이상 소화하면서 총 677.2이닝을 합작했다. 팀 전체 투구이닝(1천225)의 55%를 이들 4명이 책임졌다. 덕분에 두산은 선발투수 이닝 부문(793.2이닝)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라 있다. 부인할 수 없는 '선발야구'의 승리다.
타선의 중심타자 4인방 또한 저마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활약이었다. 올 시즌 두산의 가장 큰 '히트작'인 김재환(타율 0.337 36홈런 119타점)은 물론 오재일(0.324 26홈런 87타점), 박건우(0.333 18홈런 76타점)가 선수 생활 최고의 성적을 거뒀고 용병 에반스(0.302 21홈런 80타점) 또한 완벽한 성공작으로 판명났다.
이들 4명의 강타자는 두산 팀홈런 173개의 60%(103개)와 타점(826개)의 45%(373개)를 담당했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 15홈런 40타점 이상 기록한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타율 2할8푼9리 14홈런 36타점을 올린 오재일이 가장 나은 성적이었다. 새롭게 합류한 에반스를 제외하더라도 불과 1년 만에 3명의 타자가 저마다 상대팀들이 두려워하는 선수로 완벽하게 변신한 것이다.
강팀의 이상적인 조건으로 투타의 밸런스를 꼽는 전문가가 많다. 타선만 강해도, 투수력만 독보적이어도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올해 두산이야말로 투수력과 타력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흠잡을 곳 별로 없는' 전력을 시즌 내내 유지했다.
한 쪽에선 "미래를 내다본 매니지먼트 베이스볼의 승리"라는 평이 있는 반면 일부에선 "어쩌다가 한꺼번에 운대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질투(?)의 시선도 없지 않다. 어느 쪽이든 올해의 두산은 '엘리트 에이트', 다시 말해 8인의 투타 핵심 자원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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