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골잡이의 숙명은 골을 넣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토너먼트 승부라면 더 빛을 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FC서울 아드리아노-데얀-박주영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서울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산둥 루넝(중국)과 만났다. 조별리그 첫 만남에서 아드리아노 2골 1도움, 데얀 1골 등으로 4-1 대승을 거둔 기억이 있기에 서울은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조별리그 당시의 산둥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 펠릭스 마가트 감독이 부임했고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이탈리아 대표팀 공격수 그라치아노 펠레가 보강되는 등 지금의 산둥은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물론 서울도 변화가 있었다. 최용수 감독이 장쑤 쑤닝(중국)으로 떠난 뒤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을 추구하는 황 감독은 최 감독이 다져 놓았던 플랫3 수비를 플랫4로 전환하는 등 기존 틀을 깨고 팀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홈, 원정 두 번의 승부로 4강 티켓이 가려지는 8강전에서는 승리를 부르는 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3일 전북 현대가 상하이 상강(중국) 원정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0-0으로 비겨 다음 달 13일 2차전을 무조건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았다. 서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데얀-박주영 투톱을 내세웠다. 최근 이들은 이타적인 플레이로 클래식에서 골, 도움 행진을 벌이고 있어 기대감이 컸다. 산둥 수비진이 전, 현 브라질 축구대표 질, 주실레이로 구성됐기 때문에 서울은 홈에서 어떻게든 이겨놓고 다음 달 14일 원정을 여유있게 치러야 한다.
데얀과 박주영은 킬러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19분 이규로의 스로인을 받은 박주영이 수비라인 앞에서 잡은 뒤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연결했다. 데얀이 수비수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선제골로 부담을 던 서울은 31분 박주영이 해결사로 나서 추가골을 만들었다. 조찬호의 땅볼 패스를 박주영이 놓치지 않고 골문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산둥이 강하게 압박해 35분 왈테르 몬티요의 추격골로 따라 붙었기 때문에 데얀, 박주영의 골은 영양가 만점이었다.
둘은 욕십을 부리지 않았다. 후반 14분 아드리아노가 투입되자 더 짧은 패스로 상대 수비 균형을 깼다. 힘을 들일 필요가 없었고 공간을 향한 움직임만 있으면 됐다. 이런 움직임은 24분 결실을 맺었다. 박주영이 미드필드 정면에서 전진 패스를 했고 데얀이 슈팅 기회에서도 욕심 부리지 않고 수비 뒷공간에 있던 아드리아노에게 볼을 뿌렸다. 아드리아노는 오프사이드 함정을 잘 뚫고 침착하게 오른발로 골을 넣었다.
재간둥이 아드리아노는 35분 산둥 측면 공격수 진징다오의 파울을 유도하며 경고 누적으로 퇴장까지 이끌었다. 2차전 원정경기까지 생각하면 상대 공격 옵션 한 명을 지우는 효과를 얻었다.
각자의 몫을 충실히 이행한 '아데박 트리오' 덕분에 서울은 3-1로 승리, 일단 비단길을 걸으며 산둥의 연고지 지난으로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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