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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22년차 배우의 재발견? 행복합니다"(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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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화만사성'은 큰 산, 난 복받은 배우"

[이미영기자] "'가화만사성'은 제게 산이었어요. 산을 올라가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계속 올라가는 거예요. 그야말로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어요."

배우 김소연은 1994년 데뷔해 연기한 지 20년이 넘었다. 수많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던 김소연이 의외의 고백들을 쏟아냈다. 대본에도 없는 눈물이 왈칵 쏟아진 날도, 호흡 곤란으로 화장실에 숨어든 날도 있다. 쉽지 않은 캐릭터지만, '쉽게' 연기하지도 않았다. 드라마를 모두 마치고 나서야 "산을 내려왔다"며 미소 짓는 그녀다.

배우 김소연은 지난 21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에서 중식당 가화만사성의 창업자 봉삼봉(김영철)의 맏딸 봉해령 역을 맡았다. 아들을 잃은 엄마였고, 시모의 모진 구박을 듣는 며느리였으며, 남편의 불륜과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아내였다. 새롭게 시작한 사랑은 알고보니 아들의 죽음과 연관된 '악연'이었고, 시한부 삶을 사는 남편은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품고 있는 봉해령에 설득력을 부여한건 김소연이었다. 진부하고 뻔한 삼각관계를 눈물 쏟아지는 절절한 멜로로 바꾸는 힘도 김소연에게서 나왔다. 김소연이 등장하면 '가화만사성'은 가족극에서 멜로로 바뀌었다.

김소연은 "다들 봉해령 보고 '미니드라마 3편 연속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저는 정통멜로라고 생각한다"라며 "이필모와 이상우 두 남자가 따로 따로 너무 좋았다. 두 남자 덕분에 멜로의 느낌을 받았다"고 웃었다.

김소연과 이필모, 이상우는 '가화만사성' 스토리 라인의 주축이었고, 긴장감을 부여했다. 새로운 사랑과 전 남편과의 삼각관계는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기보다 되려 응원이 쏟아졌다. 봉해령의 감정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물론 김소연이 봉해령의 그러한 감정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봉해령이 너무 왔다갔다 하는거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었는데, 저는 한 번도 이해가 안 간적이 없었어요. 봉해령은 그럴 수 있는 캐릭터예요. 새로운 사랑으로 빛을 보는 와중에 시한부 남편에게 돌아가죠. 아마 제가 조금 더 어렸다면 이 감정에 의구심이 들었을 텐데 지금 제 나이라서 느낄 수 있었어요. 이해가 됐죠. 제 주위에서도 많이 갈렸는데, 엄마에게 '엄마라면 어떻게 할거야'라고 했더니 '같이 있어줘야지'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랬을 것 같아요."

봉해령을 연기하며 힘겨운 감정을 수없이 마주했다.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흘러나올 때도 많았다. 딸의 조기 폐경 소식에 풀죽어 뒤돌아서던 엄마 원미경의 모습에 '눈물을 못 참겠다'며 펑펑 울었다. 시어머니 서이숙과 수의신을 촬영할 때는 대본에 없던 눈물이 쏟아졌고, 이필모와 납골당 신을 찍을 때는 소리를 너무 지른 탓에 목소리가 안 나왔다.

"한 회라도 쉽게 넘어가는 신이 없었어요. 납골당 신을 찍고 나서는 '이래서 연기자들이 연기하나봐, 버티나봐'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제게 엄청난 큰 산이었는데, 그 기분을 더 느끼고 싶어서 잠도 못 잤어요. 그러고는 또 그 다음을 걱정했죠. 언제 이렇게 연기 해볼까 싶어요. 배우로서 복 받은 느낌이에요."

1994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김소연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표독한 악녀부터 사랑스러운 여인까지, 액션부터 로코까지 부지런히 연기해왔다. 예능에 출연해 민낯을 공개했다. 이번엔 '가화만사성'으로 새로운 얼굴을 또 보여줬다.

"김소연의 재발견이라는 말이 너무 감사해요. 오래 연기했고, 나이도 적지 않은데(웃음). 아마 지난해의 제가 봉해령을 만났다면 또 달랐을 테고, 내년엔 더 깊어질 수 있을 지도 모르죠. 지금 '가화만사성'을 만나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요. 예전엔 하나만 바라보고, 경쟁에서 떨어지면 슬퍼했는데 이제는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도 김소연을 적용할 수 있는 배역이 넓어질 거란 생각을 해요."

김소연은 '예쁜 배우'에 머물기보단 '진짜 배우'를 꿈꾸고 있다. 나이에 대한 조급함도 털어냈다.

"피부과 안간지 3년이 됐어요. 요즘 방송을 보면서 '이제 내 나이, 서른살 중후반으로 보이는 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웃을 때 주름도 보이더라구요. '가화만사성'이 아니었다면 그런 모습들이 아마 조급했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이 작품에선 외모가 신경 안 쓰일 정도로 풍덩 빠졌죠. 어렸을 땐 나이 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두려워하기엔 너무 나이를 먹어서 경쟁 상대가 많아졌어요(웃음). 얼마든지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 같아요."

'가화만사성'을 끝내고 나면 제2의 연기 인생이 펼쳐지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다는 김소연,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들었다. 앞으로 마주할 다음 작품들, 또다른 연기 인생을 기대하게 만드는 그녀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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