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할 수 있는 만큼은 충분히 한 신태용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 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온두라스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며 0-1로 패했다.
슈팅수 16-6, 유효슈팅 7-4로 한국이 절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승리는 온두라스의 몫이었다. 한국의 4강 진출 꿈은 날아갔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넘겠다던 목표와도 이별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 최초 올림픽 2회 연속 8강 진출 성과는 칭찬받을 만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피지, 독일, 멕시코와 C조에 속했다. 해외 주요 언론은 한국이 독일과 멕시코에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유럽 축구 강국 독일의 탄탄한 선수층과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의 이름값과 비교하면 한국은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행보는 예상과 달랐다. 첫 경기서 피지를 8-0으로 완파한 뒤 강팀 독일과도 3-3 무승부를 해냈다. 멕시코도 1-0으로 꺾으며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전까지 국제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결실을 봤다.
무엇보다 '골짜기 세대'라 불렸던 대표선수들이 통산 세 번째 8강 진출을 해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런던 동메달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자가 늘어나면서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 뽑을 수 있는 자원 자체가 많지 않았다. 아래 연령대 세대의 경우 이승우, 백승호(이상 FC바르셀로나 B)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아 더 극명하게 비교됐고 관심도 적게 받았다.
사실 신태용호는 구성 자체가 쉽지 않은 팀이었다. 이광종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팀을 만들어오다 지난해 2월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고, 신태용 감독이 선수들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팀을 맡았다. 신 감독은 대표 후보들을 살펴보기 위해 유럽 중소리그에 진출한 선수까지 샅샅이 뒤져 시험을 할 정도로 인재 찾기에 애를 먹었다.
2012 런던 세대의 경우 20세 이하(U-20) 대표팀부터 홍명보(현 중국 항저우 뤼청 감독)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2009년 U-20 월드컵 8강을 함께 하며 3년 넘게 같이 성장하는 과정이 있었다. 신 감독에게 허용됐던 시간을 생각하면 조건 면에서는 2012 런던 대회의 홍명보호가 훨씬 좋았다.
신 감독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제발 감독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출전을 시켜 달라고 해라"라고 할 정도였다. 올 초까지 주전이라고 해봤자 권창훈(수원 삼성), 이찬동(광주FC) 정도였다. 신 감독이 선수를 관찰하러 경기장에 가면 아예 출전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유럽에서 뛰는 류승우(레버쿠젠)도 임대를 전전하는 신세였다.
그래도 신 감독은 대표팀에 불러 모으면 자신의 축구 철학을 녹이며 선수들의 성장을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최규백(전북 현대), 정승현(울산 현대), 이창민(제주 유나이티드) 등을 재발견했다.
완성 자체가 되지 않은 올림픽 팀과 신태용 감독의 여정은 8강에서 끝났다. 하지만,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대다수는 좋은 선수로 성장하며 A대표팀과의 연계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권창훈,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은 A대표팀에 이미 승선했거나 관심 대상이다. 이들이 향후 한국 축구에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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