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비겨도 8강 진출이라는 조건이 있었기 때문일까. 신태용호가 다소 경직된 플레이로 힘겨운 90분을 보내다가 전술 변화로 짜릿한 승리를 수확하면서 8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주경기장에서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축구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멕시코와 만났다.
경기 전 3위를 달리고 있던 독일이 피지를 대파한다는 가정하에 한국-멕시코의 싸움은 돌다리도 정확히 두들겨보고 건너는 경기가 됐다. 한국보다 급한 쪽은 물론 멕시코였다. 무조건 이겨야 했기 때문에 파상공세로 한국을 압박했다.
한국은 패하지만 않으면 8강에 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패스가 자주 끊기는 등 이전 두 경기와 비교해 다소 매끄럽지 않은 경기가 이어졌다.
고민하던 신 감독은 후반 26분 왼쪽 측면 공격수 류승우(레버쿠젠)를 빼고 최전방 공격수 석현준(FC포르투)을 넣었다. 석현준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이 투톱으로 서고 권창훈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이동했다. 미드필드에서 수적 열세가 있더라도 전방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전술 변화는 통했다. 석현준과 황희찬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했다. 석현준이 공중볼을 따내면 황희찬이 드리블을 해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권창훈(수원 삼성)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전반과 후반 중반까지 수비적으로 버티던 한국 공격진에 큰 변화가 생기자 멕시코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32분 권창훈의 천금같은 결승골이 터졌다. 문전에서 흘러 나온 볼을 잡아 아크 중앙에서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 들었다.
권창훈이 볼을 잡고 움직이는 동안 석현준과 황희찬은 중앙에 위치해 멕시코 수비수들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농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스크린 플레이였다. 동료들의 지원을 받으며 권창훈은 수비수 세 명을 제친 뒤 왼발 강슛으로 시원하게 골망을 갈랐다. 골이 절실한 시점에서 터져나온 결정타였다.
리드를 잡은 이후 한국의 공격은 이전 두 경기처럼 역동적으로 변신했다. 39분 황희찬이 왼쪽 엔드라인까지 파고 들어 수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뒤로 패스한 것을 권창훈이 왼발로 슈팅했다. 골대 오른쪽으로 빗겨갔지만 그동안의 골 넣는 공식이 그대로 나왔다. '여우' 신태용 감독의 지능적인 전략은 결국 1-0 승리를 만들었고 조 1위 8강행이라는 선물까지 얻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