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좌완 투수 윤지웅(28)은 큰 기대 속에 올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해 불펜에서 거둔 좋은 성적으로 올 시즌에는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윤지웅은 무려 78경기에 출전해 3승 1패 12홀드 평균자책점 3.77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해 점차 주어지는 이닝이 많아졌고,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78경기는 전체 투수들 중 공동 2위에 해당하는 많은 경기 수였다.
올 시즌 윤지웅은 선발 투수 감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선발 테스트를 받았다. 그러나 시범경기 때까지도 좀처럼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고, 개막을 앞두고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결국 윤지웅은 4월17일이 돼서야 처음 1군 마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곧 부진에 빠졌다. 6월 중순까지 1군에서 버텼지만 평균자책점이 7점대였다. 6월15일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윤지웅은 한 달 이상 2군에 머물다 지난 22일 1군에 복귀했다.
1군 복귀 후에도 인상적인 활약은 나오지 않았다. 22일 두산전에서 0.1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23일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3-3 동점이던 4회초 1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 주자 3명을 모두 홈으로 들여보냈다.
바로 그 때가 윤지웅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오히려 부담을 내려놓은 윤지웅은 이후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LG의 9-7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그리고 26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도 두 타자를 모두 깔끔하게 범타 처리했다.
두산전 당시 만루 상황에서의 실점 장면을 떠올리며 윤지웅은 "그 때 사실 '에라 모르겠다'하고 막 던졌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렇게 던지니 오히려 공이 좋아졌다"며 "그동안 너무 잘 던지려고 신경을 썼던 것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깨달음이 있었다. 2군에 있을 때 '야생마' 이상훈 코치가 해준 말이었다. 윤지웅은 "이상훈 코치님이 '야, 안 좋을 땐 그냥 공 잡고 공 던지기야'라고 말씀해주셨다"며 "그 땐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두산전에서 깨달았다. 내려놓으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설명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윤지웅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여전히 6.94로 높다. 이제 겨우 2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감을 찾았다는 것이 큰 소득이다. 시속 130㎞ 중반대에 머물던 구속도 140㎞대까지 끌어올렸다.
윤지웅은 "아직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작년에도 후반기부터 좋았으니 올해도 한 번 지켜봐야겠다"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