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은 지금의 루카 모드리치나 토니 크루스와 같은 급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은 현역 시절이던 1970~1980년대 독일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오가며 많은 우승을 이끌었다. 은퇴한 '차미네이터' 차두리(36)의 아버지 차범근(63) 전 수원 삼성 감독과 동시대를 뛴 스타 출신 지도자다.
26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강연회에 연사로 참석한 차두리는 동석한 슈틸리케 감독과 자신의 전성기를 서로 비교해 나은 것이 있느냐는 한 팬의 짓궂은 질문에 재치있는 대답을 내놓았다.
이날 축구 유소년 선수들과 학부모, 일반 팬까지 4천여 명이 슈틸리케 감독, 차두리, 그리고 김정미(32, 인천 현대제철) 여자 축구대표팀 골키퍼의 강연 형식 토크쇼에 참석해 이들의 축구 인생과 지도 철학 등을 들었다. 청중의 연령층이 낮다 보니 슈틸리케 감독이나 차두리는 옛날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와 비교를 해달라는 팬의 질문에 "현역 시절 리베로로도 활약했고 중앙 미드필더로도 올라섰다. 그런 변화는 큰 것이 아니다. 반면 차두리는 큰 변화를 시도했다. 측면 공격수에서 측면 수비수로 변신했는데 스피드를 요구하는 포지션이다. 차두리와 같은 스피드는 내가 가지지 못했다"라고 차두리를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차두리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데뷔했고 나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는데 기술력이 있어야 (이름이 있는) 높은 팀에서 뛰지 않나"라며 농담조로 은근히 우월함을 드러냈다.
차두리는 현역 시절 겪었던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선수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려 노력했다. 경기장 밖에서는 자유를 주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들어줬다. 주장이 선수들의 의견을 모아 올라가면 대화가 되더라. 아버지와 같은 분이다"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전성기와 비교해 더 나은 부분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버지 차 감독을 예로 들며 "국내 팬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시절 플레이가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버지가 독일에서 같이 뛰었던 세대의 슈퍼스타를 보고 자랐다. 감독님은 지금과 비교하면 (같은 포지션인)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나 토니 크루스(독일)와 같은 수준의 선수다. 당시에는 독일에서 대단한 선수였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처음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다는 소식을 듣고 신기했다. 유명한 선수 출신의 지도자와 함께 하는 것은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라고 본다"라고 전한 뒤 "지금은 머리도 많이 빠지고 그랬지만 현역 시절에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레알 홈구장)를 휘젓고 다녔다"라며 대단한 선수였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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